[프로축구] 이회택 감독 "스타들 겉멋"

중앙일보

입력

"요즘 애들은 축구 실력보다 겉멋에 너무 신경을 써. 부족한 점을 스스로 보완할 생각들은 않고 말이야."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 이회택(54) 감독이 요즘 잘나가는 '스타 선수' 들에 대해 평가했다.

올스타전 남부팀 감독 자격으로 지난 14일 잠실 주경기장에서 몸을 풀던 선수들을 지켜보던 그는 뼈있는 말을 던졌다.

1970년대 부동의 국가대표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날렸던 '스타' 출신 감독의 눈엔 '젊은이' 의 파격적인 행동이 영 못마땅한 눈치다. 특히 선수들의 머리 염색.귀걸이 착용.장발 선호 등이 그의 공격 대상이다.

"이동국이가 모든 면에서 나보다야 낫지. 키도 크고 힘도 좋고…. 특히 슛에는 특유의 감각을 타고난 것 같아." 그는 먼저 칭찬부터 했다.

"하지만 수비수와 마주한 일대일 상황에서 기민한 순발력이 부족해. 좌우로 몸을 크게 흔들어 공간을 만들어야 수비수를 제치고 슛할 찬스를 만들 수 있는데 말야." 곧장 따끔한 질책이 이어졌다.

선수 스스로 부족한 점을 느끼고 주변에서도 충고해주는 상황이라면 잠을 줄여서라도 개인연습을 통해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요즘 선수들은 자율훈련은 커녕 온통 울긋불긋 머리나 물들이기 일쑤고 경기장을 찾는 소녀팬들 관리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정환이 봐. 발재간을 인정받아 이탈리아로 진출했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어디 대표팀 와일드 카드로 거론이나 되나. "

안정환의 트레이드 마크인 긴머리도 그에겐 마뜩찮다.

"우리 때만 해도 '이회택' 하면 올림픽 대표건 월드컵 대표건 변함없는 포워드였거든. 우리가 결코 잘해서 그랬다는 게 아냐. 팬들이나 전문가들에게 수비수 한두명 정도는 가볍게 제치는 확실한 공격수라는 인상을 심어준거지."

이감독은 이회택-차범근-최순호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계보의 마지막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 두고 있다. 성에 차는 1백점 짜리가 안보인다고 지적했다.

"한박자씩만 더 갖추면 될텐데…. " 이감독은 자신의 잔소리를 질책 아닌 애정어린 충고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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