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 아파트 흉가 만든 중1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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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집주인이 해외로 출국하면서 비워 둔 아파트가 마치 흉가처럼 변한 사건이 발생했다.

 26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부산 모 대학교수 김모(44·여)씨는 지난 8월 남편의 새 일터로 이사하기 위해 러시아로 출국했다. 두 달 만에 잠시 귀국해 자신의 해운대구 아파트 현관문을 열었다가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파트가 마치 폭격이라도 당한 것처럼 처참하게 부서져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범인은 중학교 1학년 딸의 친구 박모(13)양이었다. 김씨 가족이 1년간 외국에 머물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박양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외워 두었다가 김씨 집을 제집 드나들듯 오간 것이다. 이후 김씨의 아파트는 박양과 동네 선배 정모(14)군 등 20여 명의 아지트로 전락했다.

 이들은 500만원 상당의 유화 2점을 칼로 찢고, 한 세트에 200만원이 넘는 체코산 크리스털 잔들도 깨뜨렸다. 마룻바닥에 캠프파이어 하듯 불을 피우기도 했다.

또 안방에 있던 금목걸이는 귀금속상에 넘겼다. 피해액만 3000여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박양 등 20명을 주거지 무단 침입과 절도 등의 혐의로 이날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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