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원장 "자구안 실현가능성 커 만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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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대신 실리. '

정부와 채권단이 5개월여의 줄다리기끝에 현대에 얻어낸 것이다. '3부자 및 가신그룹 퇴진' 등은 양보했지만 대신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현대차 주식 무조건 매각 등 실현 가능성이 큰 자구안을 끌어냈다는 게 정부.채권단의 자평이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13일 "이번 자구안은 현대측이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모든 방안을 망라해 결정한 것" 이라며 "현대사태 해결은 물론 시장안정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鄭전명예회장이 지분을 내놓기로 함에 따라 현대차가 계열분리를 신청하면 즉시 승인해 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김경림 행장도 "鄭전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과 현대건설이 보유 중인 현대계열사 지분을 정리해 이른 시일 내에 현대건설 유동성이 개선될 수 있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문제 경영진이나 현대가 국민 앞에 스스로 약속했던 3부자 퇴진 문제가 함께 해결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고 밝혔다.

채권단은 현대차 주가가 현재 바닥이라는 현대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달 말까지 일단 이 주식을 현재 시가로 사들이되 연내에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鄭전명예회장 몫으로 돌려주는 '콜 옵션' 을 인정, 鄭전명예회장의 사재출연 성의에 보답했다.

이라크 건설 미수채권 8억달러 등 1천3백50억원의 해외미수채권 회수계획을 자구노력으로 인정하는 대신 이 계획이 연내에 실현되지 않으면 서산농장을 내년 1분기 중 매각키로 합의한 것도 채권단이 꼽는 성과다.

鄭전명예회장이 애착을 보이고 있는 서산농장 부분은 현대측이 막판까지 합의문 발표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채권단은 그러나 문제 경영진 퇴진이 이뤄지지 않았다거나 중공업 계열분리가 2002년 상반기로 늦춰진 부분을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신경이 쓰이는 모습이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3부자 퇴진 등은 현대사태 해결이라는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며 "현대가 약속대로 주주총회 등 공식절차를 거쳐 문제경영진을 퇴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고 한발 비켜갔다.

이와 관련, 금감위 김영재 대변인은 " 캐나다왕립상업은행(CIBC) 외자유치건에 대해 현대증권과 전자.중공업 등 관련 임직원들의 위법 여부를 조속히 조사, 처리하겠다" 고 밝혀 조만간 가신그룹 퇴진이 이뤄질 것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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