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개발' 세부 지침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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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 .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어로, 개발과 보존이라는 대립개념을 절충한 표현이다.

우선 이 용어의 등장 배경을 알 필요가 있다. 처음 쓰인 것은 1992년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열린 '환경과 개발에 관한 유엔회의(UNCED)' .

지구의 환경보전에 관한 기본 원칙을 정리한 '리우선언' 의 세부 실천계획, 즉 '아젠다21' 을 발표하면서 이를 새로운 세기를 이끌어 갈 대안개념으로 제시했다.

왜 이런 정반합(正反合)의 절묘한 테제가 등장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세기 인류는 자유무역을 통한 세계화란 깃발 아래 한길로 줄달음쳐왔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등쌀에 못이겨 신흥공업국들도 여기에 합세했다. 그러나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환경보전을 위한 노력들과 역행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책은 이런 불합리를 개선하며 21세기 인류공영의 길을 찾아가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리우선언을 지침으로, 21세기에 두고두고 서로 논의해야 할 과제(의제)라는 뜻에서 아젠다(agenda)란 타이틀을 붙였다. 글쓴이들은 주로 독일 지성계의 권위자들이다.

환경에서부터 인간의 기본욕구.빈부격차.건강.노동.에너지.지식.정보통신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점들을 세계 공동체적인 시각에서 다양하게 짚었다.

그러나 사변적인 이상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이란 점에서 주의 깊게 읽어야 할 책이다. 지엽적인 난제들과 씨름하고 있는 한국의 실정에선 차원 높은 처방전 구실을 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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