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번호판 단 차량 조화 가득 싣고 가 … 꽃 없어 못 팔 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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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중국 단둥의 꽃시장은 조화를 사들이는 북한 사람들로 붐볐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 이틀째인 20일 북·중 접경도시 단둥은 겉으로 보기에 평온했다. 압록강변에선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트럭도 연이어 북한으로 향했다. 그러나 시내 곳곳에선 김 위원장의 사망을 실감나게 하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른 아침 찾은 단둥 세관 정문 앞에선 ‘평북 38…’ 번호판을 단 봉고차에 많은 꽃이 실리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조화였다. 무역업을 하는 H씨는 “북한의 대리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현재 단둥의 각 꽃집에서 생화 매집에 나서고 있다”며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 사망으로 단둥 꽃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중국인과 화교 등을 중국 쪽으로 내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의 한 관계자는 “20일 오후부터 북한에서 근무하던 중국인에 대해 출국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들을 태운 차량이 단둥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정상적인 업무가 거의 불가능해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오후에는 오전에 들어갔던 트럭이 다시 나오는 모습이 목격됐다. 또 석탄을 실은 열차가 북한에서 나오기도 했다. 현지 관계자는 “오전에 들어갔던 차량이 오후에 나오는 것은 일상적인 현상”이라며 “이는 곧 북한과 중국의 왕래가 기본적으로는 정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지역엔 적막감이 흘렀다. 단둥에서 가장 가깝다는 북한의 ‘황골’ 쪽으로 배를 타고 갔더니 모든 병영과 가정에 조기가 게양된 게 보였다. 현지 관계자는 “평소 이 시간이면 마을 사람들이 나와 활동하는 게 목격되는데 어제(19일)부터는 일절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며 “접경지역 북한 주민들이 외출을 삼간 채 집에서 애도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단둥=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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