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가연성 단열재 사용에 관대한 건축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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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윤명오
서울시립대 교수
도시방재안전연구소장

얼마 전 경기도 평택의 한 가구 전시장에서 소방관 두 명이 화재 진압 도중 순직하면서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가연성 샌드위치패널 화재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소방당국은 화재현장 건물에 사용된 샌드위치패널을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주범으로 지목했다. 샌드위치패널은 가격이 저렴하고 시공이 용이해 공장과 창고는 물론 최근에는 주택, 상가, 심지어 어린이집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샌드위치패널은 내부에 ‘심재’로 사용하는 보온단열재에 따라 크게 ‘무기단열재패널’과 ‘유기단열재패널’로 나뉘는데, 유기단열재란 석유화학제품을 원료로 만든 속칭 스티로폼이나 우레탄이다. 평택가구전시장에 사용된 단연재다.

 이런 이유로 미국, 유럽에서는 유기단열재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방재안전연구소가 발표한 ‘샌드위치패널 건축물 화재 통계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샌드위치패널 건물의 화재발생 비율은 전체 건축물 화재발생 건수의 7.2%이나, 재산피해는 전체 화재 피해액의 21.6%를 차지해 그 피해는 건축물 화재 평균 피해액의 3배에 달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지닌 가연성 유기단열재의 대안으로 그라스울과 미네랄울 같은 무기단열재의 사용을 들 수 있다. 그라스울과 미네랄울의 원재료는 불에 타지 않는 모래와 현무암으로 단열성은 물론 불연성과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유해성분도 검출되지 않는 친환경성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건축현장에 가연성 유기단열재가 많이 쓰이는 이유는 대부분 가격 차이 때문이다. 표면상 시중에 유통 중인 무기단열재 그라스울패널은 유기단열재 스티로폼패널에 비해 70% 정도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또 현행 건축법은 가연성 유기단열재 사용에 지나치게 관대하다. 화재는 일단 발생하면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무엇보다 근본적인 예방대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건축과정에서부터 화재에 잘 견디는 불연성 무기단열재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법규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더 이상 화재로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교수 (도시방재안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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