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민의 부자 탐구 ⑮ 부자들의 주식 투자 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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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재정위기 쇼크로 주식값이 폭락하던 지난 8월, 모두의 눈을 끌었던 기사가 있었다.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한 30대 여성이 주식파생상품의 일종인 코스피200지수 풋옵션을 1700만원어치 사들여 6일 만에 13억원(76.5배)에 팔았다는 내용이었다. 선배가 지금처럼 주식이 떨어지는 시점에는 ‘풋옵션 매수’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투자했다고 한다. 정작 지나가는 말로 이런 얘기를 한 선배는 설마 그렇게 투자할지 몰랐다고 한다. 부자가 되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투자라고 하면 대개 ‘무엇을, 어떻게’로 본다. 그러나 정작 투자의 결과는 ‘적절한 시기’에 ‘분명한 결단’을 ‘행동으로 옮기느냐’로 정해진다. 사람들은 이것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부자가 되는 것은 ‘투자기법’이나 ‘투자종목’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하는 사람’이 가진 마음의 문제인 것이다. 대다수의 투자전문가들이 겉으로 언급은 잘 안 해도 속으로는 인정하는 내용이다. 투자와 관련된 인간심리와 행동에 대한 탐색이다.

 ‘대세 상승 흐름이 있는 종목을 골라라’.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

 ‘증시폭락으로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가 만연할 때가 바로 주식 시장 진입의 적기다’.

 ‘기업의 미래성장 가능성이란 시장에서 그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핵심이다’.

 주식 전문가들의 주식투자 관련 조언들이다. 분명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조언으로 높은 투자수익을 얻었다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착하고 바르게 살아라’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는 행동규범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잘 지키기 힘들다. 부자가 되는 행동방식을 아는 것과 내가 그것을 잘 따라해 부자가 되는 것이 전혀 다른 이유다.

 전문가의 투자기법, 최고의 투자종목을 알아도 사람들은 높은 수익을 얻지 못한다. 다음과 같은 ‘좌충우돌’ 행동 때문이다.

 “주식투자 방송이나 투자 전문 카페에서 주로 종목 정보를 얻고, 매수·매도 시점을 정한다. 주식 종목 선정에 있어 중요한 것은 실적도 모멘텀도 아니고 단지 수급이라고 생각한다. 주식시장에서의 성공은 좋은 기업의 발굴 여부보다는 투자자 개인의 운에 의해 좌우된다고 믿는다. 불확실한 정보들이 난무할 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가 가장 믿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주식 투자하는 쌈짓돈에 대해서는 가족이건 누구건 아무도 모르게 한다. 일본 대지진처럼 불행한 사회 사건이나 사고를 기회로 보고 투자하는 것은 부도덕한 일로 생각한다. 매입한 주식이 떨어졌다는 생각만 하면 속이 쓰려 현재 보유한 주식 시세를 확인도 하지 않으려 한다.”

 좌충우돌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행동은 우리 증시의 ‘쏠림현상’을 만든다. 이들은 소문과 작전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주식시장에서 이들은 ‘호구’다. 이들은 ‘나도 언젠가는’ 하는 대박의 희망으로 주식투자를 한다. 특정 유행 종목을 대세처럼 받아들이며 추종하듯 매수한다. 백화점에서 명품 구입하는 것과 같다. 자신의 투자 손실은 절대 이야기하지 않지만, 한두 번 재미 본 종목이나 경험은 자랑한다. 성향은 비교적 권위적이며, 위계 질서를 중시한다. 남들에게 번듯하게 보이는 것을 중시한다. 소비 성향은 광고도 많이 하고 잘 알려진 비싼 것을 선호한다. 이들의 인생의 최대 고민은 자산 유지와 증식이다. 한국사회에서 웬만큼 먹고 살 만한 개인 투자자 부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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