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외화 조달비용 상승 … 금리에도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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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유럽 재정위기에다 북한의 지정학적 위험까지 더해져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선 당분간 원화가치의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내부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외국인이 한국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었다지만 이번엔 충격이 다른 ‘메가톤급’ 사건이다. 솔로몬투자증권의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선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국고채 등 채권시장 역시 약세(금리 상승)를 점치는 전망이 많다. 실제 김정일 사망소식이 전해진 19일 점심시간 직후 금리가 급등하기도 했다. 그간 한국 국고채는 유로존 재정위기 등 세계 금융위기 속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대접받았다. 재정이 비교적 양호하고, 수출입 등 경제상황이 괜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외국인들의 채권 매수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많다.

 은행권에서는 외화 조달비용 상승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은행이 외국에 추가로 내야 하는 가산금리가 올라가게 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다행히 연말이라 올해 외화조달은 마무리했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내년 초 외화채권 발행 때 가산금리가 올라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최성근 선임연구원은 “주가나 금리는 연·기금 등 이 있어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하지만 환율은 예상보다 오래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1994년 4~7월 월평균 0.1%씩 하락하던 집값이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이후인 8월에는 0.1%, 9월에는 0.1% 상승세로 돌아섰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이번에도 과거처럼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손해용·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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