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 불가피 … “환율 1200원 선 염두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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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을 19일 금융시장은 일단 ‘악재’로 받아들였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9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하나대투증권 김지환 리서치센터장은 “(김정일 사망 이후)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현재로서는 북한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외국인 움직임도 감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10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보다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른 리스크가 훨씬 크다고 진단했다. 김일성 사망 시에는 후계구도가 명확했고, 김정일의 지지 기반이 확실했지만 이번에는 그 입지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에도 당분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았다. 대신증권 조윤남 센터장은 “과거 사례로 봤을 때 북한 관련 이벤트는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번엔 북한 지도체제와 관련한 문제이므로 중장기적으로 계속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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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이번에는 94년과 달리 국내 금융시장이 외국인들에게 완전히 개방된 데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투자심리가 이미 많이 위축된 상황이다. KTB투자증권 박희운 센터장은 “김일성 사망 당시엔 국내 경기가 장기 호황 사이클에 있었지만 지금은 경기 둔화로 접어드는 국면이라 국내 경제에 전반적으로 부담을 주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센터장들은 대체로 이번 김 위원장 사망이 단기 충격에 그칠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증권 윤석 센터장은 “북한 내부에서 (쿠데타 등) 특별한 소요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파장은 단기간에 마무리될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 리스크가 불거졌을 때마다 저가 매수 기회로 삼던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후계자 권력 승계 작업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 권력체제가 어떻게 변하느냐가 가장 중요하고, 이게 금융시장에 어떻게 반영될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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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터장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변수는 외국인 움직임과 환율이다. 외국인 자금이 얼마나 빠져나가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가 받는 충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수입물가가 치솟고, 증시가 하락하는 등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한화증권 최석원 센터장은 “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우리나라는 관리변동환율제도라 환율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외환시장이 개방돼 있다”며 “결국 앞으로 한반도 리스크는 원-달러 환율의 추이에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황상연 센터장도 “단기적으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우선적으로는 환율의 변동성과 외국인의 태도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이창목 리서치센터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이미 반영돼 있는 만큼 북한의 정치적 위험으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이나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등 악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북한 관련 리스크로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KDB대우증권 구자용 센터장은 “외국인들은 북한 문제보다는 유로존 위기나 경기 둔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최근 이어져 온 ‘팔자’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혜리·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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