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권투] 사각의 링에 한반도기 게양

중앙일보

입력

프로복싱사상 최초로 사각의 링에 한반도기가 게양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울려 퍼진다.

오는 27일 일본 오사카에서 북한국적의 재일동포 홍창수(25)와 6차 방어전을 벌일 세계복싱평의회(WBC) 슈퍼플라이급 챔피언 조인주(30.풍산체)는 당일 경기장에서 흰색 바탕의 하늘색 한반도기를 올리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기로 합의했다고 6일 밝혔다.

프로복싱에서 국내 선수가 북한 국적의 선수와 타이틀매치를 벌이는 것은 처음이며 태극기와 애국가 대신 한반도기 게양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는 것도 최초다. 조인주가 타이틀전에서 이례적인 행사를 치르기로 결정한 것은 홍창수의 남다른 민족애 때문이다.

홍창수는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일본명 도쿠야마 마사요리 대신 `홍창수'라는 우리 이름을 떳떳히 밝히고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유달리 강조하는 재일동포다.

홍창수는 조인주와의 타이틀전이 결정된 뒤 "태극기나 인공기 둘 중 하나를 올리기는 곤란하다"며 "그렇다고 일장기를 올리기는 더욱 싫다"고 말했다.

이에 조인주가 속한 풍산프로모션(사장 이거성)은 최근 통일부의 자문을 거쳐 경기 당일 똑같이 한반도기를 올리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자고 제의해 흔쾌히 합의점을 찾았다.

피튀기는 `사각의 링'위에서 통일을 외치는 남북한 청년들의 우정어린 대결은 7천만 동포의 가슴에 남다른 감회로 다가올 전망이다.

챔피언 조인주는 18전 전승 7KO승, 동양태평양복싱연맹(OPBF) 슈퍼플라이급 챔피언이자 WBC 랭킹 6위에 올라 있는 도전자 홍창수는 21승(5KO) 1무 2패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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