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쟁사에 “납품 받아달라” 설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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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호 06면

“1997년 가을인가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한 뒤 일본 시장을 뚫기 위해 도호징크라는 현지 경쟁 업체를 덮어놓고 찾아갔습니다. 우리가 싸게 만들어 줄 테니 일본 내에서 팔아 달라고요. 처음엔 어이없어하더니 결국 우리 열의에 움직여 도와주기 시작했어요.”

중소기업 수출 담당 박재열씨

㈜창성의 박재열(54) 상무는 “네트워크와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 물건을 팔려면 기술력은 기본이고 열심히 발로 뛰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창성은 인천 남동공단의 금속소재 전문업체다. 올해 1억330만 달러어치를 수출해 전년 대비 55% 신장률을 보였다. 수출 담당 임원인 박 상무는 올해 무역의날에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90년대 후반 창성의 수출 비중은 매출의 10%였지만 지금은 60% 선이다. 금속소재 분야의 틈새시장을 노려 특정 분야의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연히 초기엔 매우 어려웠다. “처음엔 신나게 얻어맞았죠. 당신들 제품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는 거죠.” 세계 곳곳의 전시회에 참석해 손님을 모으고, 관련 학술대회에 참가해 최신 정보를 얻고 제품을 다듬었다. 가장 까다롭다는 일본 시장 개척에 힘썼다. 일본을 뚫으면 세계 어디든 뚫을 수 있다는 각오였다. 지금은 20개국에 진출해 있다. 영업사원을 소재 분야 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해 매주 팀별 학습을 하고, 진출국의 문화와 역사까지 공부했다. 박 상무는 10여 년 전 무작정 찾아간 일본 업체 임직원들과는 아직도 친밀하게 지낸다. 그는 “수출은 흘린 땀만큼 성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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