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놀랄 국보급들 수두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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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물관 중의 하나인 호림(湖林)박물관이 국학 연구 자료의 보고(寶庫)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 신림11동의 다소 외진 산자락의 이 박물관은 5천여점의 토기류와 3천7백여점의 도자기(백자 2천여점.청자 7백50여점.분청사기 5백여점), 1천7백여점의 회화.전적(典籍)류, 5백여점의 금속공예품 등 총 1만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보 1백79호인 〈분청사기박지연어문편병(粉靑沙器剝地蓮魚文扁甁)〉을 포함해 국보 8점과 보물 36점이 있다.

콜렉션의 규모와 질로 치면 호암박물관에 버금간다는 평가다.

수준이 이 정도다보니 호림박물관은 국문학.역사학.고미술학.서지학 등 국학 연구자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연구 파트너로 이름이 높다.

지난해 대치동 시대를 마감하고 이곳으로 옮겨 재개관한 이후 전시 기회가 잦아지면서 학문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 꼭 열람이 필요한 개인 연구자들에게는 공개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지만, 아무래도 특별전 등 공식적인 열람보다는 이용이 자유롭지 못한 편이었다.

지난달 29일엔 국내 문헌연구에서 독보적인 '문헌과해석' 팀의 몇몇 멤버들이 전시품를 둘러봤다.

현재 이곳에서는 1993~99년 구입한 유물을 중심으로 〈호림박물관 구입 문화재 특별전1〉(31일까지)을 열고 있는데, 조선시대 의금부 관리들이 친목을 도모하고 풍류를 즐기던 계회(契會)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금오계첩(金五契帖)〉등 국보급 유물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날 특히 문헌과해석팀의 관심을 끈 것은 50권 화엄경인 〈초조본대방광불화엄경 권제1(初雕本大方廣佛華嚴經 卷第1)〉이었다.

한국기술교육대 정재영 교수는 "화엄종의 근본 경전인 화엄경은 40.60.80권으로 분권되면서 50권 화엄경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며 "존재하지 않았던 실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연구자들에게는 놀라운 일이다" 고 평가했다.

이미 호림박물관 소장품인 〈초조본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제2.75〉은 국보 2백66호로 지정됐으며 〈초조대장경조사연구〉라는 연구서도 나왔다.

이처럼 학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박물관측은 소장품 목록의 데이터베이스(DB)화를 서두르는 한편, 대중과 만날 기회도 자주 갖기로 했다.

이번 〈특별전1〉이나 지난 1월 연 〈용의 미학전〉, 10월 중 열릴 〈특별전2〉는 그런 목적에서 기획됐다.

3명 학예연구관 중의 한명인 이희관 연구실장은 "자주 전시회를 열어 이름을 알리는 것 말고 입지상의 악조건을 극복하는 길은 없다" 며 "학제간 연구를 활성화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으로 키울 계획이다" 고 밝혔다.

호림박물관은 개성출신 기업인 윤장섭(호림은 그의 아호)씨가 사재를 털어 82년 개관했다.

윤씨는 한국고미술사의 대가인 황수영.진홍섭.최순우씨 등의 조언을 받아 70년대 초부터 고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윤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성보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02-858-8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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