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 극빈층 김명희 씨의 하루

미주중앙

입력

한인 김명희(58·가명) 씨의 둘루스 타운하우스는 싸늘하다. 추운 겨울날, 히터도 켜지 않은채 홀로 집을 지키고 있다. 그는 암환자다. 지난 8월에 담낭암 수술을 받고 홀로 투병 중이다.

"수술받을 돈이 없어 자동차도 팔았어요. 수술후 몸도 아팠지만, 혼자라는 사실이 가장 힘들죠. 자동차도 없고 돌봐주는 이도 없어, 마트까지 걸어가야 했으니까요. 누가 밥 한끼라도 지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요."

그는 혼자다. 1998년 미군 남편과 결혼해 도미했다. 문화적 차이로 9년만에 이혼했다. 여자 홀몸으로 두 자녀를 먹여살리기 위해 온갖 일을 다했다. 그러다 갑상선암에 걸렸다.

"암을 치료하다가 자녀들을 조지아 메이콘에 있는 시댁으로 보냈어요. 애들에겐 헤어지는 이유조차 설명하지 못했어요. 몸이 조금 회복됐지만, 경제적으로 버틸 능력이 없어 홀로 애틀랜타로 왔죠."

애틀랜타로 온 김씨는 수년간 밤낮을 거꾸로 살았다. 밤새 식당 주방일을 했다. 아무일도 할수 없었던 자신에게 주방 일을 가르쳐줬던 한인업소 주인들이 감사할 뿐이다. 그렇게 형편이 좀 나아지자, 7년만에 자식들이 있는 메이컨으로 달려갔다.

"두 아들이 엄마를 붙잡고 울더군요. 엄마가 죽은줄로만 알았대요. 그후 주말만 되면 메이콘으로 달려갔죠. 자식들에게 미안해서요."

작은 행복은 잠깐이었다. 경기불황으로 일하던 한인식당이 차례로 문을 닫았다. 지난 7월에는 암이 재발했다. 이번엔 담낭암이었다.

"일하던 업소도 문을 닫고, 몸은 아프고…. 열심히만 살았는데 왜 나에게 또 이런 시련이 왔는지…."

그의 한달 수입은 330달러가 전부다. 푸드 스탬프 107달러, 장애연금 225달러로 한달을 버텨야 한다. 영주권자지만 65세가 되지 않아 소셜 시큐리티 혜택도 받지 못한다. 추가 항암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미 쌓여있는 수술비와 치료비만으로도 벅차다.

그나마 225달러의 장애연금도 지난달부터 나온 것이다. 애틀랜타 한인회 산하 패밀리센터(소장 이순희)와 팬아시안 커뮤니티 센터(CPACS·소장 김채원)의 도움 덕분에 받기 시작한 것이다. 망설이다 한인단체의 문을 두드린지 몇개월이다. 수술받은 몸으로 홀로 생활하는 것이 너무 힘에 겨웠기 때문이다.

"많은 한인 분들 도움을 받았어요. CPACS에서 만난 토니 정씨는 정말 은인과도 같아요. 패밀리센터에서 받은 지원금은 마치 가뭄의 단비와 같았고요."

김씨는 추가 항암치료가 필요히지만 당장 내일 먹을 끼니가 걱정이다.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외로움을 달래는 일이다. 그는 계속 사람이 그립다고 되뇌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선물로 '여성중앙' 잡지를 건냈다. 20여년만에 처음으로 한국 잡지를 본다고 했다. 잡지 하나에 연신 감사하다고만 말하는 김씨. 지금 그에게는 마음을 적시는 따뜻한 한마디가 너무나 필요하다.

현재 본지와 애틀랜타 한인회(회장 은종국)는 불우이웃 돕기 '2011 사랑의 네트워크'를 진행하고 있다. 모인 기금은 패밀리센터(소장 이순희)를 통해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우이웃들을 위해 쓰인다. 기부금은 불우이웃을 위해 투명하게 사용되며, 기부자는 차후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다.

▶사랑의 네트워크 기부 접수처
Pay to The Order: KAAGA (메모란에 ‘사랑의 네트워크’라고 기재해야 함)
납부처: The Korean American Asso. of Greater Atlanta, 6930 Buford Highway, Doraville, GA 30340

▶문의: 770-242-0099(중앙일보), 770-263-1888(한인회)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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