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필리스의 미래, 우리가 이끈다

중앙일보

입력

스캇 롤렌(24)과 팻 버렐(23).

몇년 전 필리스는 야심찬 '팀 재건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것은 스캇 롤렌-J.D 드류-팻 버렐로 이어지는 최강의 트리오를 구축하겠다는 것.

그들의 예상대로 스캇 롤렌은 첫 해인 97년 만장일치로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했고, '제2의 마이크 슈미트'라 불리는 영예를 얻었다.

그러나 그들의 계획은 J.D. 드류에 의해 산산조각난다. 97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에 1차지명을 받았던 드류는 계약금의 액수를 놓고 구단과 충돌했고, 이듬 해인 98년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했다. 지난 해 필라델피아 관중들은 베테랑스 스타디움에 나타난 드류에게 건전지를 던져 맞이한 바 있다.

98년 필리스의 지명자 팻 버렐은 양키스 닉 존슨(21)과 함께 미래 양대리그의 1루수를 대표할 것이라 여겨지는 인물. 주전 1루수 리코 브로냐의 부상 덕에 예상보다 빨리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수 있었던 버렐은 현재 55게임에 출장, 타율 2할5푼 9홈런 42타점으로 올 시즌 신인왕의 강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바비 어브레유(26)와 트래비스 리(25).

롤렌과 버렐의 영입이 계획적인 것이었다면, 어브레유와 리의 영입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뤄졌다.

98년 어브레유는 휴스턴 소속이었다. 그러나 휴스턴은 그를 '보호선수 40인 명단'에 넣지 않았고, 신생팀인 템파베이 데블레이스가 데려갔다. 그러나 템파베이는 어브레유를 필라델피아 유격수 케빈 스토커와 바꾸는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

그후 스토커는 평범한 유격수에 머무른 반면, 어브레유는 최고의 기대주가 됐다. 신시내티 션 케이시(25)와 함께 '내셔널리그 미래의 타격왕'으로 손꼽히고 있는 어브레유는 타격뿐만 아니라 주루플레이와 수비까지도 최상급이다.

얼마 전 커트 실링 트레이드 때 필라델피아로 오게 된 트래비스 리는 96년 드래프트의 전체 2순위 지명자. 지명 구단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의해 정책적으로 팀의 간판으로 키워진 리는 메이저리그 첫 해인 98년 타율 2할6푼9리, 22홈런, 72타점으로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 해 리는 혹독한 2년차 징크스에 빠졌고, 그 부진을 틈타 어루비엘 듀라조(26)의 신데렐라 같은 등장이 이어졌다. 결국 듀라조에게 1루 자리를 내주고 외야수로 전업한 리는 필라델피아에 새 둥지를 틀었다. 엘리트 코스만 걷던 그에게 처음으로 고난이 찾아온 셈. 그러나 리의 야구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현재 내셔널리그 16개 팀 중 최악의 공격력을 보이고 있는 필라델피아. 그러나 이들이 있기에 그들의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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