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합격선 맹신 말고 모의지원 통해 실전전략 세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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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내기 전 유의할 점

자연계 재수생 배모(가명)씨는 올해 수능에서 언어 1등급·수리 1등급·외국어 2등급·탐구 1등급을 받았다. 가군에서 연세대와 고려대 중 한 곳을 지원할 예정이지만 고려대의 원서접수 마감일이 서울대와 같은 24일이라는 점을 알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대는 20일에 마감했고 고려대와 연세대는 22일로 동일했다. 올해는 상위권에서의 변별력이 낮아져 치열한 눈치작전이 예상된다는 전문가들의 얘기에 이 같은 변화가 경쟁자들의 지원경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불안한 마음뿐이다.

비상에듀 이치우 입시전략연구실장은 “지난해는 일찌감치 서울대에 원서를 접수한 수험생이 가군에서 고려대와 연세대를 놓고 저울질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지만 올해는 경쟁관계에 있는 두 대학의 원서접수일이 달라져 상위권 수험생들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며 “고려대가 연세대에 비해 정시모집 인원도 많고 학부 단위로 모집하기 때문에 추가합격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해 고려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진학사 김희동 입시분석실장은 “상위권에서의 변별력이 낮아진 올해는 대학을 상향하고 학과는 하향·안정 지원을 할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라며 “이런 경향속에서 고려대 원서접수 마감일자의 변화는 상위권 학교의 경쟁률과 합격선에 연쇄적인 변화를 미칠 수 있어 모의지원을 토대로 자신의 지원전략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별로 영역별 수능반영 비율이 변경된 점도 눈에 띈다. 수험생마다 대학별 수능성적 반영 비율이 달라 유·불리가 발생하게 된다. 예컨대 언어와 외국어를 30%씩 반영하고 수리와 탐구를 20%씩 반영하는 학교에서는 언어와 외국어 성적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수험생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합격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 실장은 “수능반영 비율이 변경된 학교에 지원을 생각한다면 지난해 합격자 성적을 토대로 결정해서는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학교별 반영비율에 따른 환산점수로 공개하는 것이 아니고 합격자의 성적을 단순히 합계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번 정시모집에서는 일부대학이 모집군을 변경했다. 건국대가 대표적으로 올해는 가군에서도 사범계열과 수의예과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투스 오종운 평가이사는 “모집군에 변화가 생기면 경쟁관계에 있는 대학들의 지원률과 합격점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모집군의 변화를 살펴서 지원전략 수립에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건국대가 가군에서 사범대학과 수의예과를 선발하면 수험생들의 선택폭이 넓어져 기존에 사범대학 신입생을 선발하던 동국대와 홍익대, 수의예과 모집대학의 경쟁률과 합격선이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가·나·다군에서 신입생을 선발했던 숙명여대와 가천대가 각각 가·나군과 가·다군으로 모집군을 축소했다. 세종대는 전년도 가·나군에서 올해는 가·나·다군으로, 한국외대(글로벌)는 다군에서 가·다군으로 모집군을 확대했다. 오 이사는 “모집군이 확대되는 대학은 그 만큼 군별로 모집하는 인원이 줄어들게 돼 작년의 입시결과만 믿고 섣부른 선택을 해서는 낭패를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올해는 여대의 전형방법이 대폭 변경됐다. 이화여대는 백분위에서 표준점수로 반영방식을 바꿨고, 자연계열의 수능 반영방법도 언어와 외국어 중 1개를 선택하던 방식에서 전 영역 반영으로 변경했다. 성신여대도 인문계열 모집단위에서 수리와 탐구 중 택일하던 방식을 바꿔 올해는 전 영역을 반영하며 서울여대 역시 자연계열에서 언어와 탐구 중 택일 했던 방식을 전 영역 반영으로 변경했다.

최성수 타임교육입시연구소장은 “수학이나 언어 같은 특정영역의 성적이 취약한 여자 수험생들이 지원전략을 수립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라며 “올해는 중상위권 수험생 중 수능에서 4개 영역을 고르게 득점한 여자 수험생이 생각보다 적어 막판까지 치열한 눈치작전이 예상되고 여대의 입시경쟁률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만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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