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양념으로 버무린 굴무침, 막걸리 생각 절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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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호 33면

바야흐로 김장철이다. 집사람에게 끌려 장을 보러 갔더니 나처럼 자원봉사, 혹은 강제 동원된 남편들이 아내의 지휘에 따라 김장거리들이 잔뜩 담긴 수레를 끌고 마트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무리 세상이 편해져서 언제든 원할 때 김치를 살 수 있다 하더라도,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겨울맞이 김장은 중요한 연례 행사다.

나와 굴: 마크로밀 코리아 주영욱 대표

김장을 담글 때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가전비법과 재료를 이용하는 집이 꽤 많은데, 우리 집의 경우에는 굴을 듬뿍 넣는 것이다. 굴을 많이 넣은 우리 집 김치는 깊고 시원한 맛이 난다. 굴은 바다의 우유라고 불릴 만큼 완전식품이어서 비타민·철분·칼슘 등 각종 영양분과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하니, 김치의 영양가 향상에도 딱이다. 어릴 적에 집에서 김장을 담그는 날이면 어머니는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아버지와 아이들 앞에 김치 양념으로 버무린 굴무침을 갓 담근 김치와 함께 한 상 차려 내시곤 했다. 김장 날에만 맛볼 수 있는 이 소중한 별미를 먹으면 입안이 천국이 되었다.

오늘 우리 집에서도 김장을 했다. 결혼하고서도 한참 동안 어머니표 김장 김치를 배달 받아 먹곤 했는데, 어머니가 연세가 드셔서 힘에 부친다고 선언하신 몇 년 전부터는 집사람이 그 비법을 전수받아 직접 김장을 담그고 있다. 아직도 나는 어머니의 김장 김치가 그리울 때가 있지만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지금은 바람으로만 남아 있다.

집사람이 옛날처럼 김치 양념으로 버무린 굴무침에 새 김치를 곁들여 상을 차려줬다. 늦가을 차가워지는 바다에서 온 신선한 ‘바다의 맛’이 상큼한 새 김치와 잘 어울려 휴일 점심을 꿀맛으로 만들어줬다. 이 메뉴에 막걸리 한 잔이 빠질 수 없다. 게으른 남편의 약간의 노력봉사는 넘치는 보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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