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0억원 사나이, 푸홀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푸홀스

“그와 비교하면 다른 타자들은 그냥 평범하다.”(잭 그레인키·2009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최고 수준의 투수조차 두려워하는 타자가 앨버트 푸홀스(31)다. 그가 자유계약(FA) 시장에 나오자 전 소속팀 세인트루이스를 비롯해 마이애미·시카고 컵스 등이 영입에 공을 들였다. LA 에인절스가 승자가 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9일(한국시간) 푸홀스가 LA 에인절스와 10년 총액 2억6000만 달러(약 2890억원)에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전 구단에 대한 트레이드 거부권이 포함돼 푸홀스는 마흔한 살에도 2600만 달러(약 289억원)를 받는다. 알렉스 로드리게스(36·뉴욕 양키스)의 10년 총액 2억7500만 달러 계약(2008년) 이후 역대 둘째다.

 푸홀스는 2009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SI)·ESPN 등 각종 스포츠전문 매체에서 배리 본즈(47·전 샌프란시스코)·알렉스 로드리게스 등을 제치고 2000년대 최고 선수로 꼽혔다. 선수 능력 평가에서 100점 만점을 받아(일라이어스 스포츠뷰로·2006년) ‘무결점 타자’로 불리는 그는 감독들이 꼽은 ‘가장 두려운 타자(ESPN 설문·2008년)’다. 또 투수들이 뽑은 ‘승부처에서 가장 상대하기 두려운 타자(SI 설문·2009년)’이기도 하다.

 푸홀스는 배리 본즈·마크 맥과이어(48·전 세인트루이스) 등 메이저리그를 풍미한 타자들에게 없는 ‘꾸준함’과 ‘완벽함’이 있다. 한 시즌 70홈런 이상을 친 그들과 달리 푸홀스는 한 시즌 50홈런을 친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그는 2001년 데뷔 이후 10년 동안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했다. 올 6월 왼팔이 부러져 6주 동안 결장하는 바람에 타율 2할9푼9리-37홈런-99타점에 그쳐 기록행진은 멈췄다. 세인트루이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우승 두 차례, 리그 MVP도 세 차례나 했다. 은퇴한 뒤 명예의전당 입성은 떼어논 당상이다.

 푸홀스는 타석에서 두 다리를 버티고 선 다음 상체를 웅크린 상태에서 백스윙 없이 강한 허리힘으로 타격한다. 그만큼 배트스피드가 빨라 메이저리그에서 강속구를 가장 잘 치는 타자로 꼽힌다. 미국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들이 어린 선수들을 가르칠 때 그의 타격폼을 교본으로 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부단한 자기관리와 노력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예측력과 선구안도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데는 경기 중 삼진을 당하면 이닝 중간 비디오분석실에서 상대 투수 투구를 보고 다시 타석에 들어서는 치밀함이 바탕에 있다.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미세하게 타격폼을 수정하는 재능 덕에 슬럼프도 짧다. 그는 “나만큼 열심히 훈련한다고 말할 선수는 없다. 비시즌 때 나의 훈련 일정과 훈련량을 다른 선수들이 보면 겁먹고 도망갈지도 모른다”고 장담한다. 

허진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