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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의 가치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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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명신
(사)지식재산포럼 회장

지금까지 금융계는 부동산만을 담보로 대출해 왔는데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최근 미국에서 야기된 리먼 쇼크는 부동산 담보도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얼마 전 ‘뽀로로’ 캐릭터를 개발한 국내 회사가 미 월트디즈니사로부터 1조원에 사겠다는 제안을 받고도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회사가 사옥을 짓기 위해 은행에 290억원의 대출 신청을 했다가 담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나중에 다른 은행에서 대출받긴 했으나 씁쓸했다. 1조원에 팔라는 회사를 290억원 정도로도 평가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한국 금융계도 글로벌화 시대에 생존해 나가려면 부동산만이 담보가치가 있다고 보는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2005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상위 500대 기업의 자산구조를 보면 부동산·동산의 비율이 불과 20%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 80%의 자산이 지식재산이었다. 지식재산 등 무체재산(無體財産·특허권·저작권 등 정신적·지능적 창작물로 이뤄진 무형의 재산)이 회사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지금 우리는 특허기술·컴퓨터 프로그램·캐릭터·콘텐트·만화·드라마·음악·연극·공연 등 무궁무진한 지식재산 분야의 발전이 예상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금융계는 이 분야에 장래성 있는 이공계 및 문화·예술계 전공자를 채용하고 훈련시켜 금융계 자체의 TF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지식재산을 비롯한 새롭고 다양한 담보가치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벤처기업 육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 및 이공계의 활성화, 나아가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김명신 (사)지식재산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