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반자본주의가 아닙니다, 친번영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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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위 퍼스트,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산다
사이먼 메인워링 지음
이진원 옮김, 중앙북스
264쪽, 1만3500원

“지금 행복한 사람은 바보 아니면 도둑.” 바보나 도둑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나치게 독단적이고 극단적인 주장이다. 분명히 모든 사람이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면 어떨까. “지금 사는 세상이 당신이 원했던 세상인가?” 모르긴 몰라도 모든 사람이 “아니오”라 답하지 싶다. 설사 상위 0.00001%에 속하는 사람이라도 ‘왜 다른 이들이 날 죄인시할까’라는 불만이 있을 테니 말이다.

나만을 위한 소비에서 우리를 위한 소비를 지향하는 똑똑해진 소비자는 이제 자신이 구매한 브랜드가 가치와 윤리의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지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진은 국내 첫 공정 무역가게인 그루의 내부 모습. [중앙포토]

 미국의 브랜드 컨설턴트인 지은이는 후자의 질문으로 책을 시작한다. 그는 빈부 격차에서 환경파괴까지, 지구촌의 온갖 정치·경제·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이 시장근본주의 탓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브랜드 마케팅, 소비자 행동, 소셜 미디어에 대한 통찰을 근거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나름의 자본주의의 개선안(대안이 아니다)을 다룬다. 이왕의 신자유주의 비판과 다른 점이라면 정부나 기업의 행동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 개개인의 행동을 중시하며 그 수단으로 소셜 미디어를 제시하는 것이다.

 책의 핵심 개념은 전통적인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추진체인 ‘나 먼저(Me First)’ 사고를 대체할 ‘우리 먼저(We First)’식 사고방식이다. 지은이는 이것이 반(反)자본주의나 반부자가 아니라 친(親)번영적이라 설명한다. 기업의 이윤추구를 부정하진 않되 자본주의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활동들에 생산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단기적 이익 추구보다는 지속적 가치와 번영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소비자들도 구매하는 제품에 신경 쓰고 소비를 줄여 나가는 등 더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온라인의 발달로 소비자이자 시민, 환경보호주의자, 커뮤니티 회원 역할을 동시에 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소비자’들이 대두하고 있다는 코카콜라 사의 분석을 인용하기도 한다.

 마케팅 전문가가 쓴 덕에 다양한 사례가 담긴 책에는 소비자들의 책임 있는 행동으로 기업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경제 재스민 혁명’에 관한 비전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의의는 있지만 실현하기는 쉽지 않은 내용이긴 하다.

김성희(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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