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에 실망 … 신뢰도, 한나라 < 민주당 6년 만에 역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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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통적 파워조직 중 검찰이 영향력 대비 신뢰도가 가장 낮은 곳으로 평가됐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경찰, 국세청, 금감원 등도 영향력에 비해 불신이 높은 곳으로 꼽혔다.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이숙종)이 전국 성인 남녀 1800명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2011년 파워조직 영향력-신뢰도’ 조사 결과다.

 26개 파워조직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10점 만점으로 물어본 결과, 두 측정치의 점수 차이가 가장 큰 곳이 검찰이었다. 영향력 5위(6.43점) 대비 신뢰도는 14위(4.51점)였다.

검찰은 처음 조사가 실시된 2005년 이후 계속해서 높은 영향력을 유지해 왔지만, 신뢰도는 2005년 9위, 2006년 10위, 2007~2009년 12위로 매년 하락했다.

 지난해를 제외하고 올해까지 여섯 차례 실시한 조사에서 정치권, 그중에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영향력·신뢰도 변화 추이가 흥미롭다. 두 정당의 영향력 격차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신뢰도는 처음으로 역전돼 민주당이 앞섰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이 분기점이었다. 그 이전엔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야당인 한나라당에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나라당이 집권한 2008년 이후엔 야당인 민주당의 영향력과 신뢰도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집권 이후 정책 수행에 대한 실망감이 표출된 탓도 있지만 여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한 결과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은 이번에도 가장 높은 영향력과 신뢰도를 나타냈다. 대기업이 최상위 순위를 독점한 것은 첫 조사 이후 계속된 현상이다. 전통적 파워조직 중에선 헌법재판소가 영향력(6.48점)과 신뢰도(5.89점) 모두 4위로 가장 순위가 높았다. 영향력 순위는 검찰-대법원-경찰-국세청-청와대, 신뢰도는 대법원-국세청-경찰-감사원 순이었다.

 이념을 내세운 조직들의 영향력과 신뢰도 하락세도 특징적이다. 진보 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보수 성향의 뉴라이트 둘 다 영향력 순위가 낮아졌다. 민변은 17위에서 20위, 뉴라이트는 20위에서 24위로 각각 떨어졌다. 신뢰도에서도 민변은 11위에서 12위, 뉴라이트는 21위에서 25위로 각각 하락했다. 정치권이나 파워조직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반드시 이념에 기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강원택(서울대)·이현우(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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