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좀 부족해도 나의 전문성 모두 드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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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략학회 S-ONE과 통계학회 P-SAT 소속 학생들이 굿네이버스에 경영컨설팅을 ‘선물’하기 위해 모였다. [김진원 기자]

“이번 설문조사에서 기부를 해본 사람 중 72%가 굿네이버스를 알 정도로 인지도는 높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현재 굿네이버스의 기부프로그램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는 ‘없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만큼 기부방법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 아닐까요?”

 지난 1일 오후 6시 성균관대학교 경영관. 김효진(23·여·영문학과 3)씨가 국제구호개발NGO인 굿네이버스의 언론홍보팀 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학교 경영전략학회 ‘S-ONE’과 통계분석학회 ‘P-SAT’ 소속 학생들이 굿네이버스에 특별한 경영컨설팅을 ‘선물’하려고 모인 자리였다. 36명의 학생들은 다섯팀으로 나눠 각자 준비해온 굿네이버스 브랜드 개선 전략안을 놓고 발표 경쟁도 벌였다. 지난달 초 일반인 500명을 대상으로 기부에 대한 설문조사까지 진행해 분석하고 만든 자료들이다.

 S-ONE의 지난 학기 회장인 신준수(24·경영학과 4)씨는 “저희가 아직 학생이긴 해도 산학협력 형태로 일반기업들의 컨설팅을 해주면 3주짜리 프로젝트에 보통 100만~150만원은 받아요. 그런데 사회적으로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학회원들에게 굿네이버스 무료 컨설팅을 제안했죠”라고 설명했다. 굿네이버스의 흔쾌한 동의를 얻어 올 5월 기초조사부터 시작한 이들은 6월 1차 발표회를 갖고 이날 다시 모였다. 굿네이버스의 윤보애 대리는 “학생들이지만 꽤 전문적으로 설문결과를 분석하고 전략안을 제시해줘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20대 대상의 새로운 기부상품 개발에도 참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대의 나눔과 봉사활동 형태가 이처럼 달라지고 있다. 굿네이버스 기획홍보부의 노장우 부장은 “전에는 청년층의 자원봉사가 주로 체력이나 시간을 기부하는 활동이었다면 최근에는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형태의 지식·재능 기부가 늘었다”며 “경험은 다소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전문분야를 가진 봉사인력이기 때문에 우리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목기사 자격증이 있는 한정철(27)씨는 기업에서 구조물 설계를 담당하며 일했던 경력을 살려 올해 8월 네팔로 자원봉사를 하러 떠났다. 그 지역의 특수한 자연환경이나 사회경제적 조건에 맞는 기술로 건물을 짓는데 자신의 능력을 보태주기 위해서다. 한씨는 “대학교에서 측량학 등을 공부했다”며 “다른 봉사자들보다 건축 분야에 전문기술이 있는 만큼 네팔에서도 그런 방면에 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씨는 굿네이버스가 빈곤아동과 그 가정들을 위해 짓고 있는 ‘맘센터’ 건축 현장에서 내년 7월까지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서울신학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현지(23·여·사회복지학과 4)씨는 재능기부를 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좀더 구체화하게 된 경우다. 2년 전 선배를 통해 우연히 굿네이버스의 ‘아동권리교육’을 알게 된 이씨는 전공을 살려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등에서 직접 강의까지 하게 됐다. 강의 내용을 보다 충실히 하기 위해 굿네이버스의 전문교육과 워크샵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이씨는 “사회복지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자연스럽게 아동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졌다”며 웃었다.

 굿네이버스측은 이처럼 전문적인 봉사활동을 하려는 학생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동아리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전국 44개 대학교에서 조직된 ‘굿네이버스 대학생 자원봉사 동아리’를 전국 지부와 연계, 사회복지사들로부터 아동권리교육·모금활동 등에 대해 전문적인 코칭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노장우 부장은 “이외에도 행사 사진 찍기나 공연 기획 등 다양한 재능 기부의 문이 열려 있다”며 “NGO에 보다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면서 스스로도 적성과 진로를 재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예지 행복동행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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