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국 주식 너무 싸 팔기 어렵다고 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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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똑같은 물건, 아니 품질은 더 좋은데 한국산이라고 20% 싸게 거래된다. 그럼 당연히 사야 하지 않겠나. 그런 물건이 바로 한국 주식이다.”

 권구훈(사진) 골드먼삭스 한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주식에 대한 평가다. 그는 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현 주가를 보면 매력적이다. 한국 시장보다 밸류에이션(가치)이 낮은 나라는 아시아에선 파키스탄뿐”이라며 “(외국인투자자가) 아시아에서 한국 주식은 너무 싸서 팔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시장이 기업지배구조, 낮은 배당률, 북한 리스크, 단기적인 투자문화 등으로 저평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코스피 지수는 평균 2100선으로 전망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1800선까지 밀릴 수도, 혹은 2400선까지 상승할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한국의 내년 경제(GDP) 성장률로는 3.5%를 제시했다. 국내 증권사(우리투자증권 4.1%, 한국투자증권 4.2%)는 물론이고 국제통화기금(IMF·4%)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8%) 등보다 낮은 수치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서는 내년 한국 기업의 이익성장률 예상치를 16.5%로 보고 있지만 골드먼삭스는 7% 성장도 힘들 것으로 본다”며 시장의 낙관을 경계했다.

 그렇다고 골드먼삭스가 한국 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전망 보고서의 제목이 ‘브리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Bridge over Troubled Water)’”라며 “유럽 경제위기 등의 여파로 한국 경제가 내년 초반 성장률이 둔화되는 등 난류를 만날 수 있겠지만 하반기에는 ‘브리지’를 만난 것처럼 빠르게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단기적으로는 유럽 위기로 불안하겠지만 2008~2009년 금융위기 같은 상황으로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한국 증시는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노령화에 따라 퇴직연금 시장이 확대되고, 주택시장 침체로 가계자산이 재편성되면서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외국인 투자도 유럽계를 빼면 미국과 아시아 자금은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내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를 밝게 봤다. 5일 발표한 ‘아시아 인사이트 2012 전망’ 보고서에서 조너선 F 가너 연구원은 “아시아(일본 제외) 등 신흥시장 증시가 당초 예상보다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도 내년 말까지 현재보다 30%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4.2%다. 중국·브라질에 이어 세 번째로 비중이 크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달 말 “한국 증시가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높은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그러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원화절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며 부동산 경기가 하향 안정화되는 것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코스피 지수는 상승 국면을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초 국제금융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 10곳 중 7곳이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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