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화 `e-북' 신작소설 「려인」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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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제국」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이인화(본명 류철균ㆍ이화여대 교수)가 신작 중편소설 「려인(麗人)」을 24일 온라인상에 발표했다.

골드북닷컴(www.goldbook.com)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이 소설은 중견 유명작가로는 처음 선보이는 `e-북''용 신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려인」의 무대는 몽골군의 말발굽이 한반도를 유린하던 13세기 중엽 고려 고종 때.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대반야경 21권 18장에 새겨진 `고려국 강화도에 사는 여자 정경은 몽골인 수베테이를 위해 이 경판을 새기다(高麗國 江華京 信女 鄭卿刻爲蒙人 速別額怡)''라는 한줄의 간기(刊記)를 실마리 삼아 점령지 여인과 침략군 대장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려나간다.

풍부한 고증과 작가 특유의 사관이 돋보이는 이 소설은 2002년 월드컵 기념 뮤지컬의 원작으로도 쓰일 예정이다.

이인화는 "종이책이 아닌 영상 텍스트에 익숙한 세대들을 겨냥해야 하는데다가 뮤지컬로도 꾸며질 예정이어서 4개월 동안 방향을 잡지 못하고 마음 고생을 했다"고 털어놓은 뒤 "고려인의 탐미주의 및 평화주의적 세계관과 몽골인의 실용주의적 사고방식이 부딪쳐 서로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밝혔다.

골드북닷컴은 「려인」에 이어 다음달 집단과 개인의 갈등을 주제로 한 고원정의 신작소설 「스타탄생」과 성석제의 해학 넘치는 신작소설 「친목계」를 잇따라 사이버공간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골드북닷컴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단편소설 100편을 e-북에 수록하기 위해 준비중이며 독자가 역할을 바꿀 수 있는 쌍방향식 `롤플레잉 소설''도 연내연재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인터넷 출판사 에버북과 인터넷 서점 예스24도 각각 이문열의 중편소설 「하늘길」과 이순원의 신작소설을 온라인상에 발표할 예정이어서 오는 11월께로 예상되는 e-북 전용 단말기의 보급 개시를 앞두고 시장 선점을 둘러싼 전자출판업체와 작가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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