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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 이유, 침대가 콕 짚어주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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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인 60대 주부 김미경(가명·서울 종로구)씨. 그녀는 지난해 서울대병원에서 진행한 COPD환자를 위한 u헬스 기기 사용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의료진은 폐활량이 자동으로 분석돼 호흡곤란 증상이 왔을 때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슴 부근의 4개 늑골 부위에 있는 2개 센서가 이상 신호를 잡아줬다. 폐활량, 산소포화도 등도 병원으로 전송됐다. 갑자기 숨을 쉬기가 힘들어 응급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던 김씨는 기기의 존재만으로 편안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상상 속의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건강 상태가 자동으로 측정되는 ‘언제 어디든 내가 있는 곳이 바로 병원’이란 개념이 주택에 도입되고 있다. 이른바 ‘u헬스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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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u헬스 34개 지역 시범 사업

2015년까지 2조원 규모로 성장 예상

u헬스 산업이 꿈틀대고 있다. 2015년까지 국내 전체 인구 중 20%가 u헬스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최소 2.3조원의 매출액과 3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2010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고령화·예방중심·평생치료가 확대되는 추세에 따른 분석결과다.

 이런 시장성 때문에 대형 병원과 관련 업체가 잇따라 손을 잡고 있다. 지난해 LG유플러스는 관동의대 명지병원·동국대와 u헬스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올 10월에는 ‘SK텔레콤-서울대병원’과 ‘KT-연세대의료원’이 각각 200억 규모의 합작회사 설립에 합의한다고 발표했다. 아이폰으로 유명한 애플은 원주 테크노밸리와 손잡고 u헬스 사업을 현재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국내 대형 병원과 양지병원 같은 중소 병원에서도 독자적인 u헬스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정진한 책임연구원은 “관련법이 수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미래의 성장동력이라는 가능성 때문에 기업과 병원이 연합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센서 이용해 이상 징후 포착

집에서 건강관리가 이뤄지면 의료 사각지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건강 문제가 해결된다. 가장 돋보이는 핵심기술은 행동 추적 기술. 이를 이용하면 평소 움직임이 컴퓨터에 기록돼 건강 이상 징후를 자동으로 감지할 수 있다. 위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수면·식사·휴식·운동을 관리하고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u헬스협회 김석화(56·서울대병원 성형외과) 부회장은 “질병 치료와 관리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 습관에서 위험인자를 찾아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성질환자의 약 복용 일정도 관리할 수 있다. 환자가 처방된 약을 잘 먹지 않는 이유는 잘 잊기 때문. u헬스 기술을 이용하면 스마트 약상자는 복용시간을 알려주는 음성 안내를 하고 복용해야 할 만큼의 약을 내보낸다. 약을 먹지 않거나 2회 치를 한꺼번에 먹는 문제를 해결해 준다.

 스마트 옷은 인체의 움직임과 생리적 신호를 수집한다. 유아용 파자마는 이미 유럽에선 상용화돼 있다. 돌연사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이 옷은 아기의 호흡이 어떻게 변하는지, 움직임은 어떻게 변하는지 측정하는 센서를 이용한다. 스마트 옷은 앞으로 만성질환이 있거나 치료 후 회복기에 있는 환자 그리고 소방관처럼 위험한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다.

 한 손에 잡히는 작은 단말기가 자동으로 운동데이터를 기록하기도 한다. 이 기기는 운동강도, 연소열량, 이동한 거리를 자동으로 측정한다. 일정 금약을 지불하면 전문가가 운동데이터도 분석해 준다. 이외에도 배뇨 분석 센서는 소변을 통해 손쉽게 질병 여부나 건강 상태를 점검해 준다. 스마트 침대는 잠을 자는 동안 심전도와 체온, 호흡과 같은 정보를 분석한다.

법적 문제·기기에 대한 새로운 기준 정립 필요

하지만 u헬스는 의료법에 가로막혀 아직까지 시범사업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석화 부회장은 “원격 진료를 위한 기술 개발은 끝났지만 아직도 의료법 규제로 원격 건강관리 분야에서 시장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핵심 기술 개발과 성공 모델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법적인 지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개원가인 1차 의료기관이 몰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의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u헬스에 사용될 가정용 의료기기에 대한 안전성 및 표준화 연구도 추가 진행돼야 한다. 안원식 서울대병원 의료기기임상평가실장은 “한국에서도 u헬스 기술을 이용한 가정용 의료기기 사용량이 계속 늘고 있어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혁신도 중요하지만 안전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글=권병준 기자
그래픽=차준홍

◆u헬스=‘유비쿼터스 헬스’를 줄인 말. 동시에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뜻의 ‘유비쿼터스(Ubiquitous)’와 건강을 뜻하는 ‘헬스(Health)’가 결합된 단어로 원격의료 기술을 활용한 건강관리를 뜻한다. 가정이나 차, 야외 등 장소에 관계없이 건강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 수집된 정보는 환자 본인은 물론 의사에게 즉각적으로 통보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상태를 측정 관리하는 ‘생체계측기술’과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통신기술’ 발달 덕분에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u헬스 시범사업=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거나 추진 중인 u헬스 시범사업은 2010년 말 기준으로 총 34건이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은 지식경제부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케어서비스 사업’. LG전자와 SK텔레콤 두 컨소시움이 참여하고 있으며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9개 상급병원이 참여 중이다. 당뇨병, 고혈압, 대사증후군, 암생존자를 대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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