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예산 쓰고 보자는 경기도의회 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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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회장
터키친선의원연맹

스페인 지방의회와 교류하던 경기도의원 연구 모임이 현지 방문 요청을 거절당하자 이름을 ‘터키친선의원연맹’으로 바꾸고 터키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방문지도 터키 관광지가 대부분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경기도의회 터키친선의원연맹 소속 도의원 14명은 이달 17일부터 5박7일간 터키 이스탄불을 방문할 계획이다. 항공료를 포함해 의원 1인당 220만원의 경비가 들어간다. 도의회는 이번 일정에 235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의원 1인당 93만원꼴이다. 나머지는 개인 부담이다.

일정표는 카파도키아 문화탐방, 곤야 문화유적지 현장방문, 박물관 방문 등이다. 공적인 일정은 귀국 전날(21일) 이스탄불주의회를 방문해 경기도의회 의장의 교류 합의서를 전달하는 것뿐이다.

 경기도의회 스페인친선의원연맹은 2001년 이후 2년에 한 번씩 총 다섯 차례 스페인을 방문했었다. 그러나 지난 4월 스페인 카탈루냐주의회로부터 “경제 여건이 나빠 의전을 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스페인은 현재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방문이 좌절되자 모임 이름은 터키친선의원연맹으로 변경됐다. 터키친선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이상희(민주당·시흥) 의원은 “지난 10년 동안 스페인과 교류협력을 했지만 이제는 관계가 유명무실해져 터키로 교류 대상을 바꿨다”며 “이번에 사절단 형식으로 가서 향후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고 나중에 두 지자체 의회 의장들이 만나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경실련 박완기 사무처장은 “스페인에 못 가게 됐다고 터키로 교류 대상을 바꾼 것은 의원들의 진짜 관심이 ‘지방의회 교류’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의원들에게 배정된 해외연수 예산을 억지로 쓰기 위한 것으로 예산 낭비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수원=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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