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성 물 긷고 나무하는 노동…경제활동 인정해야 경제개발도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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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라니아 알 압둘라 요르단 왕비.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의 스타로 활약한 두 여성 지도자다. 효율적 개발원조라는 새 패러다임의 핵심 의제가 여성임을 확인해 주는 상징적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달 29일 오후 10시30분 부산에 도착한 클린턴 장관은 30일 오후 1시30분 미얀마로 떠날 때까지 15시간을 바삐 소화했다. 미 국무부 장관으로선 최초로 세계개발원조총회에 참석한 그는 “개발원조 프로그램에 여성의 발전이란 의제를 반드시 반영해 양성평등에 대한 열망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30일 오전 각료급 회의와 양성평등 특별세션에 이어 오후의 기자회견에선 예정 시간을 넘겨가며 발언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양성평등 세션엔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 등이 참석해 ‘양성평등을 위한 부산 공동행동계획’을 채택했다. 각국 정부가 양성평등을 위한 기초자료와 정보수집에 나서 구체적 성과를 이룰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클린턴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여성의 고용과 보건, 교육에 대한 투자는 꼭 보상받는다. 여성에 투자하는 국가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또 “같은 조건의 남성과 여성이라도 대출받을 때 차별을 받으며, 개발도상국일수록 여성 참여에 대한 장애가 더 크다”며 “우리가 여성을 개발의 중심에 둔다고 얘기는 하지만 무엇이 장애물인지 직시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방문 당시 물 긷고 나무하는 건 여성인데도 경제학자들은 여성의 경제기여도를 ‘공식적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평가하지 않더라”고 소개했다.

 클린턴 장관의 의제가 ‘여성’과 ‘개발’이라면 라니아 왕비의 키워드는 ‘교육’이다. 페이스북에 “엄마·아내·상사(boss), 그리고 왕비”라고 자신을 정의한 그는 팔레스타인의 평범한 가정 출신으로, ‘중동의 다이애나비(妃)’로 불린다. 그는 지난달 29일엔 국제교육 공적개발원조(ODA) 포럼에 참석해 ‘교육과 함께하는 꿈’을 주제로, 30일 총회 개막식에선 개발원조의 영향력과 가치를 높이자는 내용으로 각각 기조연설을 했다. 이어 부산교육대학교 부설 초등학교를 방문해 3학년 학생들의 영어수업을 참관했다.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선 왕비에게 미리 준비한 영어 노래를 불러주는 등 내내 뜨거운 환대를 했다.

부산=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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