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외환은행 값, 4000억 이상 깎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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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매가격을 놓고 막판 수 싸움에 들어갔다. 이르면 이번 주 내로 협상이 마무리될 수도 있다는 게 하나금융 측의 전망이다. 양측은 30일에도 막바지 협상을 계속했다.

 하나금융 측은 7월 합의한 4조4059억원(주당 1만3390원)에서 적어도 4000억원 이상을 깎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현재 ‘4조원대’인 가격을 ‘3조원대’로 낮춰야 한다는 게 우리 쪽 생각”이라고 말했다.

 론스타도 한 푼도 못 깎아주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3~5% 정도의 소폭 인하를 원했다면 협상이 비교적 쉽게 끝났겠지만, 그 이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날 “가능하면 금요일까지 마무리하려고 하고 있다”면서도 “(상대가 있는데) 우리가 너무 앞서 나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론스타에 맞서 하나금융이 쓸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국민 정서’다. 하나금융이 기존 협상가격에 외환은행을 사들이면 론스타는 8년 만에 투자액(2조1549억원)의 세 배 가까운 6조3558억원(배당금 포함, 세후 기준)을 챙기게 된다. 또 양측이 계약을 연장한 7월 8일 주당 9400원이었던 외환은행 주가는 30일 종가 기준으로 8090원으로 떨어졌다. 주당 1만3390원인 기존 인수가를 다 주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65.5%가 붙는 셈이다. 가뜩이나 론스타에 부정적인 국민 정서를 더 자극하지 않으려면 한 푼이라도 더 깎아줘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론스타도 무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로부터 외환은행 매각명령을 받긴 했지만 6개월이란 처분 시간을 벌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론스타 고위층이 최근 중국에 왔다고 한다. 하나금융 측과 협상이 틀어지면 외환은행을 중국의 은행 중 한 곳에 매각할 수도 있다는 압박인 셈이다. 한 관계자는 “값을 되도록 적게 깎아주기 위한 ‘블러핑(허세)’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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