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은 감독 사퇴 … “선수 목 조르고 밀친 것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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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광은 전 우리은행 감독의 선수 폭행을 처음 보도한 본지 기사. [중앙포토]

선수를 폭행하고 폭언을 해 비난을 받은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김광은(40) 감독이 30일 사퇴했다. 김 감독은 오후 1시쯤 서울시 장위동에 있는 소속팀 훈련장에서 정화영(54) 우리은행 단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정 단장은 “사의를 수용한다. 후임 사령탑을 뽑을 때까지 현 조혜진(38)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 예정”이라고 했다.

 우리은행 선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광은 감독은 지난달 27일 신세계와의 경기가 끝난 뒤 박혜진(21)의 목을 조르고 벽으로 밀쳤다. 우리은행에서 함께 뛰는 박 선수의 친언니 박언주(23)와 주장 임영희(31)가 김 감독을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박혜진 선수의 목에는 피멍이 들었다.

 김 감독의 선수 폭행은 한 번뿐이 아니었다. 지난달 11일 KB스타즈에 역전패한 뒤에는 훈련장에 선수들을 모아 놓고 주장 임영희의 얼굴에 공을 던졌다고 한다. 이외에도 김 감독은 ‘내 마음에 안 들면 뺨을 때리겠다’ ‘리바운드 못하면 아구창(입의 속어)을 날리겠다’는 등 폭언을 했다.

 이 같은 일은 구단이 30일 오후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를 면담한 결과 모두 사실로 밝혀졌다. 그러나 김 감독은 30일 정 단장과의 면담에서 “모든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박혜진의 목을 잡고, 벽에 밀친 것은 사실이지만 머리채를 잡아당기지는 않았다. 억울하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우리은행은 김 전 감독을 징계하기 전에 자체 조사를 먼저 할 계획이었다. 정장훈(38) 국장은 29일 정화영 단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박언주의 어머니에게 몇 차례 전화를 해 “이번 시즌까지는 김광은 감독 체제로 가자”며 설득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본지 보도(11월 29일자 32면)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김 감독이 사퇴했고, 정 단장은 “팀 혁신작업에 나서겠다”고 구단의 입장을 설명했다.

 한편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의 도영수 홍보팀장은 “김 감독이 사퇴했기 때문에 제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은행에서는 2007년 박명수 전 감독이 소속팀 선수 성추행 혐의로 기소돼 실형(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활동 200시간)을 선고받은 일이 있다. 이때도 WKBL은 징계하지 않았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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