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전반기 결산. 후반기 전망

중앙일보

입력

6개월간의 대장정을 벌이는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반환점을 돌면서 순위 싸움과 개인 타이틀 경쟁이 종반으로 접어들었다.

20일부터 올스타 휴식기를 갖고 25일 후반기에 돌입하는 프로야구 정규시즌에서 팀당 133경기 가운데 이제 남은 경기는 44경기 안팎.

8월 무더위와 태풍 등 가혹한 기상환경 속에서 각 팀은 남은 힘을 모두 짜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승부수를 띄우느라 극도로 심신이 피곤한 나날을 보내야 한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라고 입을 모으는 전문가들은 전반기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후반기 판도를 ▲와일드카드 성사 ▲개인타이틀 막판 접전 등으로 요약한다.

이는 전반기가 ▲드림리그의 절대 우세 ▲개인타이틀 혼전 양상 ▲기록 풍년 속의 흥행 부진 등의 특징을 나타냈기 때문.

드림리그에 포진한 현대, 두산, 삼성은 같은 리그 꼴찌팀 해태를 상대로 마구잡이 승수를 올리면서 매직리그 소속 4개팀에게도 절대적 우세를 보여 8개팀 가운데 승률 1∼3위에 올랐다.

드림리그 3위 삼성은 승률 0.580으로 매직리그 1위 롯데의 승률(0.517)보다 크게 높아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드림리그 3위와 매직리그 2위간의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가리는 와일드카드 준플레이오프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리그간 전력 불균형은 전년도 우승팀 한화의 몰락과 롯데의 부진, 그리고 LG의 좌절 등 등 매직리그 소속팀의 전력 보강 실패에 따른 것.

반면 드림리그의 현대와 두산, 삼성은 트레이드와 용병 수입 등으로 전력이 크게 좋아져 리그간 팀 전력의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버렸다.

롯데가 전반기 막판 스퍼트에 나섰지만 이미 드러난 전력의 차이를 감안하면 매직리그 2위가 드림리그 3위팀을 승률에서 앞서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대와 두산, 삼성의 3팀 가운데 어느 팀이 1∼2위에 오르느냐가 후반기 순위경쟁의 초점이며 매직리그에서도 편안하게 포스트시즌에 직행할 1위 자리가 아직 안개속이다.

팀간 전력이 뚜렷한 편차를 보인 반면 개인타이틀 부문에서는 '황제'의 시대가 가고 '군웅할거'의 양상이 이어졌다.

개인타이틀의 꽃 홈런왕 싸움은 이승엽(삼성)의 독주 체제였던 작년과 달리 송지만(한화), 박경완, 박재홍(이상 현대), 우즈, 심정수(이상 두산) 등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박빙의 경쟁을 벌였다.

다승왕 경쟁도 정민태(현대)가 혼자 뛰고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뒤를 쫓는 양상으로 예상했던 것과 판이하게 김수경, 임선동(이상 현대), 김진웅(삼성), 해리거(LG), 파머(두산) 등이 날마다 선두가 바뀌는 혼전을 거듭했다.

이런 개인 타이틀의 혼전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즌 막판까지 이어져 시즌 마지막 1∼2경기에서 주인공이 결판나는 대접전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반기에는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기록이 여럿 작성돼 한국 프로야구의 연륜이 이제 만만치 않다는 점을 새삼 강조했다.

박경완은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4연타석 홈런을 쳤고 김용수(LG)는 투수로서 600경기에 출장하는 금자탑을 세웠으며 최태원(SK)은 700경기연속출장의 위업을 쌓았다.

후반기에도 장종훈(한화)의 통산 300홈런 고지 등정, 양준혁(LG)의 사상 최초 8년 연속 3할 타율, 이승엽(삼성)의 4년 연속 30홈런 등의 기록이 이뤄질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런 기록 풍년과 숨가쁜 개인 타이틀 경쟁에도 프로야구는 전반기 흥행이 저조했다.

일부 구단의 구장 장기 임대와 새 단장, 팬서비스 강화 등으로 상당한 기대를 안고 출발한 2000년 시즌이었지만 프로야구선수협의회 파동에 따른 스타 선수들의 초반 불참과 신생팀 SK 창단을 둘러싼 잡음 등은 팬들의 발길을 야구장에서 멀어지게 했다.

특히 현대의 연고지 서울 이동 확정과 이에 따른 수원 임시 연고 결정, 그리고 SK의 형편없는 성적은 롯데의 초반 부진 및 해태의 뚜렷한 몰락과 더불어 관중수가 곤두박질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후반기에도 그라운드는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지만 시드니올림픽과 시즌이 맞물리면서 관중동원에는 그리 밝은 전망이 아니다.(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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