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우사태 1년… 배워야 할 교훈

중앙일보

입력

대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지 1년이 지났다.

올들어선 현대가 지난 3월부터 다섯달째 2세 형제간 경영권 다툼과 일부 계열사의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이들 그룹은 다른 점이 더 많다.

전문가들은 "대우사태의 교훈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도 무너진다는 것" 이라면서 "현대가 대우가 걸었던 길을 걷지 않으려면 결국 현대가 스스로 시장의 믿음을 얻는 길밖에 없다" 고 강조했다.

◇ 현대가 대우와 다른 점〓금융감독위 관계자는 "대우에 비해 현대는 기업어음(CP)발행규모가 3조원에 그치는 등 단기부채가 적다" 며 "현대는 자동차.전자.중공업 등 돈을 버는 기업이 많아 대우와는 사업내용도 차이가 있다" 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 등은 기간산업이면서 현금 흐름이 좋으며 현대의 CP 등 단기부채(3조~4조원)도 전체 차입금의 30~40% 수준으로 대우와는 다르다" 며 "오너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 대우릿募?나은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또 현대는 대우와 달리 자사주 펀드 등으로 나름대로 주가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는 10억원을 들여 하반기에 대규모 기업설명회를 할 계획도 세웠다.

◇ 현대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점〓금융감독위 관계자는 "현대는 계열사간 수익성 편차가 심하며, 최근 형제간 갈등을 겪으면서 계열사간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대는 대우처럼 그룹 전체가 위기를 겪기보다는 일부 계열사만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대우사태는 시장 신뢰를 얻지 못하면 재벌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교훈을 준 것" 이라며 "현대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익성 위주의 경영과 투명한 의사결정.책임경영 등 지배구조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대 관계자는 "자금난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시적" 이라며 "형제간 다툼으로 이미지가 떨어져 피해를 보고 있을 뿐 대우사태와 같은 근본적인 자금난은 아니다" 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거래은행에 제출한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는 지난해 16개 상장사 중 현대건설.고려산업개발 등 건설업종을 제외한 계열사가 흑자를 냈으며, 매출 91조원에 순익 1조8천억원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현대는 최근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를 '대국민 약속' 을 담보로 한 은행지원으로 넘겼다" 며 "계열분리.자구노력 등 대국민 약속을 얼마나 잘 이행하느냐가 관건" 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는 황제경영을 털어내고 수익성을 중시하는 기업경영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고 주문했다.

◇ 두 그룹이 걸어온 길〓대우는 외환위기 초기인 1998년 1월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그해 2월 제너럴모터스(GM)와의 제휴를 발표했으나 그해 7월 흐지부지됐고 어려움이 가중됐다.

현대는 지난 3월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의 인사 파문으로 정몽구.몽헌 형제간 갈등이 표면화된 뒤 넉달이 지났으나, 감정의 골은 여전하고 현대차 계열분리, 정몽구 회장의 퇴진문제 등으로 양측이 대립하고 있다.

두 그룹은 자금압박을 받자 마지못해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으나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고, 자구노력이나 구조조정 계획을 제때 실행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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