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지놈 이어 쥐 지놈 연구 주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간의 지놈 지도 연구가 마무리 단계에 오르면서 유전자 기능을 규명하기 위해 쥐의 게놈을 밝히는 연구가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 지놈 프로젝트를 통해 유전자를 구성하는 30억쌍의 염기서열이 거의 밝혀졌지만 그 속에 포함된 유전자의 위치와 기능은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상태다.

과학자들이 인간의 유전자 위치와 기능을 밝혀내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바로 유전자 조작이 쉬운 쥐를 이용해 유전자를 찾고 기능을 밝히는 것이다. 쥐의 지놈은 인간과 80% 정도 동일하며 실제로 거의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구성하는 염기서열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과학자들은 쥐의 지놈을 밝혀낸 뒤 특정 유전자를 제거해 만든 녹아웃(Knock-out) 쥐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나 기능의 이상을 연구하면 사람 유전자의 기능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포스트-지놈 연구가 시작되면서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있는 국제가축연구소(ILRI)에서 사육되고 있는 쥐들이 쥐 지놈연구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과학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ILRI의 분자유전학자이자 뛰어난 유전자 지도 연구자인 푸아드 이라키는 "인간지놈의 염기서열 연구가 마무리되고 있다"며 "이제 각각의 유전자의 기능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ILRI에서 쥐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이라키는 쥐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세계각국의 과학자 400-500명과 수시로 모여 연구결과를 논의하며 쥐 지놈 지도 작성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인간 지놈의 97%가 해독됐기 때문에 여기에 사용되던 장비와 재원이 쥐 지놈 연구에 투입돼 급진전되면 쥐는 선형동물과 초파리, 인간에 이어 4번째로 게놈이 밝혀지는 생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ILRI의 쥐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쥐들이 13대에 걸쳐 서로 다른 종을 교배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폐암이나 말라리아, 비만 같은 제약회사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질환의 유전자 연구에 좋은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연구용 쥐들은 대체로 동종교배를 통해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폭넓은 유전자 재료를 제공하지 못한다. 이라키는 "ILRI에서 사육되고 있는 쥐들은 사실상 인간 유전자와 관계가 있는 유전자를 찾는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쥐"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