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습근평·58) 중국 국가부주석이 2013년 3월 예상대로 국가 주석이 된다면 13억 중국인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스타일의 ‘디이푸런(第一夫人·퍼스트레이디)’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 부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彭麗媛·팽려원·49)여사의 면모와 성향이 전임자들과는 판이하기 때문이다. 국민가수 출신으로 현역 장군(소장·우리의 준장)인 펑 여사는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9기 전국문학예술계연합회 1차 회의’에서 부주석에 선출됐다. 이 연합회는 중국 문화 예술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체다. 펑 여사는 앞서 세계보건기구(WHO)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과 결핵 예방 친선대사로 위촉됐다. 6월에는 직접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해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으로부터 임명장도 받았다.
펑 여사는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하면서 호감을 얻기 위한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82년 처음 부른 ‘희망의 들녘에서(在希望的田野上)’라는 노래로 일약 중국을 대표하는 민가(民歌) 가수로 평가받았다. 산둥(山東)성 허쩌(荷澤) 출신인 펑 여사는 지역 문화관장이던 아버지와 극단배우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4세 때 산둥성 가무단에서 노래를 불렀 다. 이후 탁월한 노래 실력과 빼어난 미모로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산하 가무단에 스카우트됐다. 92년에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으로 발탁됐다. 그녀는 86년말 친구의 소개로 푸젠(福建)성 샤먼(厦門) 부시장으로 있던 시 부주석을 만났다. 두 사람은 이듬해 9월 결혼해 슬하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펑 여사와 달리 역대 중국의 퍼스트레이디들은 대부분 남편의 내조에 그쳤다. 이른바 ‘생활 비서’ 수준을 크게 넘지 않았다.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등소평)의 부인 줘린(卓琳·탁림)이 대표적이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