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태릉 선수촌 '적과의 동침' 현상

중앙일보

입력

태릉 선수촌에 '적과 동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국가대표 선발전에 탈락한 '어제의 적' 과 어울려 맹훈련하고 있다.

국가대표는 자신의 약점을 잘 아는 강한 상대와 훈련할 수 있어 좋고 파트너는 시설 좋은 태릉에서 올림픽 선발선수의 정신 자세를 보며 훈련할 수 있어 좋다.

반드시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적과 동침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레슬링 54㎏급의 터줏대감 하태연은 훈련 파트너였던 심권호에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일격을 당해 올림픽 출전권을 잃었다.

현재는 거꾸로 심권호의 훈련 상대가 됐다. 하태연은 평소 심권호와 친하지만 매트에서는 "두고 보자" 며 칼을 간다. 하태연이 복수심으로 더욱 사납게 몰아 세울수록 심권호는 오는 9월 올림픽에서 선전이 기대된다.

적과 동침이 그지없이 아름다운 경우도 있다.

지난 6월 유도대표 선발전에서 마사회 후배 유성연에게 패한 '비운의 스타' 윤동식은 은퇴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태릉을 찾아 유성연의 코치 겸 훈련 상대가 돼준다.

대표선발전에서 패한 뒤 윤동식은 "실력있는 후배가 뽑혀 기분이 좋다" 고 했으며, 유성연은 "존경하는 선배가 탈락해 마음이 아프다" 고 말했다.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올림픽 금메달보다 더 어렵다는 태권도에서도 이런 현상은 흔하다.

대표선발전 당시 부상한 세계 랭킹 1위 김제경에게 국가대표를 양보한 남자 헤비급선수들 3명은 모두 태릉에 입촌해 부상에서 회복한 김제경과 땀을 흘리고 있다.

김제경은 올림픽후 은퇴할 예정이어서 훈련 파트너 3명은 다음 대표자리를 놓고 때이른 치열한 적과의 동침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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