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 피난민 27일간 머문 인스파월드 지금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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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북한의 포격 직후 연평도 피난민들이 인천 인스파월드 찜질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피난민들은 아파트로 옮길 때까지 27일간 이 찜질방을 거처로 이용했다. [중앙포토]

북한의 기습적인 포격이 있었던 바로 다음날인 지난해 11월 24일 새벽. 어선을 타고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한 1000여 명의 연평도 주민들은 당장 갈 곳이 없었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들을 위한 거처를 바로 마련하지 못했다. 이때 연평도 주민들의 임시 피난처 역할을 한 곳이 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1㎞ 떨어진 찜질방 겸 실내워터파크인 ‘인스파월드’다. 피난민들이 추위 속에 요기도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인스파월드 측이 임시 거처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연평도 주민들의 찜질방 생활이 시작됐다. 그후 1년. 인스파월드는 어떻게 변했을까. 22일 기자가 찾은 인스파월드는 정상영업을 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일부 시설을 보수하고 수영 강사도 충원했다.

 치료차 외국에 나가 있는 박운규(57) 회장을 대신해 경영을 담당하고 있는 아들 박성경(28) 경영기획팀장은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몇몇 연평도 주민은 요즘도 가끔 “사업은 잘 되느냐”는 전화를 해온다고 전했다.

 그도 처음에는 사나흘 정도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민들 이외에 자원봉사자와 지원 나온 공무원, 취재진까지 몰려들면서 수용 인원이 계속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19일 피난민들이 경기도 김포의 미분양 아파트로 거처를 옮길 때까지 27일 동안 인스파월드의 찜질방은 주민대책회의장과 기자회견장 역할까지 했다. 직원 40여 명도 매일 새벽 2시에 퇴근해야 하는 강행군이 계속됐다. 피난민들의 숙식 비용 4억6000만원은 사태가 진정된 뒤 옹진군으로부터 지급받았다.

인스파월드는 이제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찜질방이 고객을 대상으로 공연하고 있는 모습.

 지난 1년간 인스파월드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여름에는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나 한 달 가까이 영업을 쉬기도 했다. 박 팀장은 “‘장삿속으로 찜질방을 제공한 게 아니냐’는 주위의 오해도 있었지만 성수기 때 영업 중단을 한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인스파월드는 56m 길이의 슬라이드와 수영장, 아쿠아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3000명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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