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돈·미국채 믿지 마라 금에 투자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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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 마크 파버(사진)의 일성은 “종이돈을 믿지 마라”였다. 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대신증권 인베스트먼트포럼 2011’에서다. 특별 강연자로 나선 그는 “미국과 유럽이 계속 시중에 돈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화폐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금과 미국 국채 투자는 피하라”고 강조했다.

 그가 ‘종이돈’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은 재정위기 등에 시달리는 미국과 유럽이 돈을 찍어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이 돈을 푸는 3차 양적완화(QE3)도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S&P500지수가 1000 이하로 떨어지면 미국 정부는 반드시 3차 양적완화를 할 것”이라며 “지수가 떨어지면 4차, 5차 양적 완화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리스 등 휘청대는 유로존 국가를 살려내야 하는 유럽중앙은행(ECB)도 유동성 공급을 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돈을 찍어 문제를 풀려는 것은 위기의 봉합이나 디폴트(국가부도)의 지연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해결책은 자산 거품만 낳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그리스가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것이 위기를 푸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부채가 너무 많아 이자도 부담할 수 없는 사실상의 파산 상태인 만큼 현지 화폐를 도입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현금과 미국 국채도 별로라면 투자자는 어디에 돈을 묻어둬야 할까. 그가 단연 첫손에 꼽은 것은 금이다. “금이 없다는 것이 리스크(위험)”라며 “중앙은행과 정부를 100% 믿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금값 수익률은 향후 2~3년간 전 세계 주식시장의 수익률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며 “금이 단기 조정을 받고 있지만 장기 전망은 매우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과 미술품, 주식과 원자재도 투자할 만한 자산이라고 했다. 다만 투자할 때는 자산을 다변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투자 지역도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국가에 자산이 몰려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각국 정부가 돈을 풀면서 되레 계층 간 격차가 커지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시중에 돈이 흘러넘치면 물가가 올라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지기 때문이다. 덩달아 빈부격차도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중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보다 더 많은 재정을 지출한 탓에 부동산 거품이 발생했고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 원유나 구리 등 원자재 소비가 급격하게 줄면서 브라질이나 호주 등의 국가에 타격을 주는 등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며 “중국 경제의 붕괴가 세계 경제의 대공황이 될 수도 있다”고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 대한 전망과 달리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코스피의 정점은 2200대를 찍었던 5월 정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 지수가 1200~1300까지 떨어질지 누가 알겠느냐”고 반문하며 비관론자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하현옥 기자

◆마크 파버(65)=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 1987년 블랙먼데이 사태와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0년대 정보기술(IT) 버블, 2007년 신용시장 버블 붕괴 등을 예견해 유명세를 치렀다. 90년 펀드 운용 및 투자자문회사인 ‘마크파버 리미티드’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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