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사이영상 미리보기

중앙일보

입력

1. 내셔널리그

예상 밖의 분전한 선수들이 많았던 올 시즌에도 내셔널리그 사이영 수상자 부문에서만큼은 작년 챔피언 최강 좌완 랜디 존슨의 체제를 흔들어 버릴 만큼의 선수는 나오지 않았다.

98년 사이영 상을 수상하며 멋진 한해를 보냈던 탐 글래빈이 시즌 초반 99년의 부진을 털어 버린 채 존슨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결국 6월 동안 승리를 올리지 못한 채 방어율만 올려, 일찌감치 사이영 상의 경주에서 나가떨어지게 되었고 계속 2점대를 유지하던 컴퓨터 컨트롤의 그렉 매덕스 조차 난타를 당하며 3점대의 방어율을 기록하게 됨으로써, 후반기에 1점대의 방어율을 기록하던 자신의 전성기의 기량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은 사실상 5번째 사이영 상의 수상은 힘들게 되었다.

하지만, 전투사 캐빈 브라운과 격년 차 특급투수 알 라이터는 랜디 존슨의 2년 연속 사이영 상의 무혈입성은 허락하지 않고 있어, 후반기 메이저리그를 보는 재미를 늘려주고 있다.

캐빈 브라운은 시즌 초반,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번트 실패로 손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며, 등판을 2~3차례 건너뛰었음에도 불구하고, 8승과 방어율 부분에서 독보적인 기록을 보이던 존슨의 뒤를 바짝 쫓는 2.38을 기록, 후반기 타선의 도움만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역전 가능한 차이나 역시 변수는 캐빈 브라운의 징크스이다.

96년부터 99년까지 평균적인 타선의 지원이었다면 충분히 20승을 올릴 수 있는 방어율이었으나, 유달리 브라운이 마운드에 서게 되는 날이면, 타자들은 브라운을 외면했다.

특히 96년 1점대의 방어율을 기록하고서도 고작 17승에 그쳐, 타선의 지원을 받고 24승을 올린 스몰츠에게 사이영 상의 수상을 양보해야 했다.

13년의 메이저리그 생활 동안 초특급의 투수로 군림했어도 20승 이상을 겨우 1번밖에 올리지 못했던 브라운은 랜디 존슨의 승수 추가의 기세를 고려했을 때 방어율 부문에서는 막상막하의 대결이라, 다소 불리한 상태. 어떻하든 타선의 도움을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항상 격년제로 극과극을 왔다갔다하는 알 라이터는 올해가 좋은 기록을 보여 주는 해인지라 더욱이 사이영 상의 수상을 탐낼 수 있는 기회이다. 다소 랜디 존슨과 캐빈 브라운에 비해 네임밸류는 떨어지는 상황이나, 다승 2위 방어율 3위를 고려하고, 소속된 팀이 뉴욕 메츠임을 생각하면, 전혀 엉뚱한 상상일 수만은 없다.

브라운과 라이터 이외에도 피츠버그의 크리스 벤슨과 몬트리올의 칼 파바노가 나란히 8승씩 올리며 각각 방어율 부문에서 4위, 5위에 마크되어 있지만, 소속팀이 피츠버그와 몬트리올 인지라 타선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형편도 되지 않고, 97년의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99년의 랜디 존슨 만큼의 절대적인 피칭도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라, 이들의 예상 밖의 등극은 없을 듯 하다.

전반기를 돌아선 지금, 내셔날 리그 사이영 수상자의 후보는 캐빈 브라운과 승수와의 싸움속에서 그 싸움의 승자를 기다리고 있는 랜디 존슨의 2강 대결로 좁혀져, 랜디 존슨의 수성이냐 아니면 캐빈 브라운의 첫 등극이냐. 속에서 메이저리그 팬들의 눈을 붙들어 메고 있다.

2. 아메리칸 리그

99 시즌 독보적이다 못해 다른 투수들과의 격차가 치사할 만큼의 월등한 기량을 선보였던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2년 연속 수상할 것이라고 모두들 입을 맞추었지만, 퍼펙트 투수 데이비드 웰스의 완벽한 부활 속에서 잠시 개점휴업 중인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독주 체제의 아메리칸 사이영 상의 수상자를 미궁에 빠뜨렸다.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0점 대의 방어율과 1점 대 초반의 방어율을 오가며 연승을 기록할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AL 사이영 상의 수상자를 예측 해 보기보다는 과연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초유의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을 주제로 삼았을 만큼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시대는 계속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데이비드 웰스의 계속되어진 연승 행진과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토론토와의 경기에서 무려 홈런을 3방이나 허용하며 패배를 기록하게 됨으로써 혼돈에 빠지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데이비드 웰스는 연승을 이어갔으며,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근육통으로 인해 토론토 전 이후 출장을 하지 못한 채로 전반기를 마쳤다. 각각의 웰스와 마르티네즈가 올린 기록들은 용호 상박이다.

데이비드 웰스:15승(ML 1위),방어율 3.44(AL 2위)

페드로 마르티네즈:9승(AL 공동 7위),방어율 1.44 (ML 1위)

투수를 바로 볼 수 있는 방어율 부분에서 마르티네즈가 월등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지만은 승리의 차이가 무려 6승이나 나고 있는 실정이라 마르티네즈의 승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그 전례로 내셔날리그의 캐빈 브라운이 1점대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17승을 올렸음에도 불구, 24승의 존 스몰츠에게 사이영 상을 빼앗겼 듯이 말이다.

전반기가 끝난 지금의 상황과 웰스의 승수 추가의 기세를 보자면 사이영 상의 추는 웰스 쪽으로 기울어 졌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웰스가 후반기에 7~8승만을 추가 한다고 하더라도 첫 번째 고지인 20승을 훨씬 뛰어 넘을 수 있는 상황이고, 방어율 부문에서도 2위를 고수할 수 있는 처지라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극적인 역전은 이제는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그 이외에 다승 부문에서 11승을 기록하며 공동 2위에 올라와 있는 시카고 화이트 삭스의 볼드윈이나 시애틀 매리너스의 아론 실리는 꾸준함이 부족한 편이라, 사이영 수상자의 후보 부문에서는 복병 역할도 버거운 상황이라 남은 후반기의 관심은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극적인 역전승이냐, 데이비드 웰스의 인간승리냐. 쪽으로 모아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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