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테니스] 볼치코프는 '헝그리 투사'

중앙일보

입력

윔블던 테니스 남자단식 4강에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한 선수가 올랐다.

피트 샘프러스·앤드리 애거시(이상 미국)·패트릭 래프터(호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화제의 선수는 랭킹 2백37위의 블라디미르 볼치코프(22·벨로루시).

랭킹 1위 애거시와는 무려 2백36계단이나 차이가 난다.그는 색바랜 흰 나이키 상의에 동료선수인 마라트 사핀(러시아)이 물려준 아디다스 하의를 입고 출전중이다. 테니스화는 아버지가 몸담고 있는 회사 간부들이 윔블던 출전 기념으로 선물했다고 한다.

준결승에서 맞붙는 샘프러스도 그의 남루한 복장을 보고 “테니스화를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6일(한국시간) 바이런 블랙(짐바브웨)을 완파,윔블던 남자단식 4강에 진출한 최저 랭킹의 선수가 된 볼치코프는 7세부터 아버지가 일하던 자동차 공장의 인공 잔디코트에서 테니스를 배웠다.말그대로 동네 테니스를 통해 프로에 입문한 셈이다.

대회 출전 동기도 엉뚱하다.그는 4강 진출 직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출전했다”며 “그저 몇 게임만 이겨 적당히 돈을 챙겨가려 했는 데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4강에 올랐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가 샘프러스를 꺾을 경우 프로 데뷔 이후 5년 동안 번 상금(17만4천달러)의 두 배를 손에 쥐게 된다.4강 진출로 이미 18만달러는 확보했다.

96년 윔블던 주니어 챔피언에 등극했던 그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탓에 상금이 낮은 챌린저 대회만 전전,랭킹이 그리 높진 않다.

그러나 베이스 라인 플레이에 능숙해 강서비스에 의존하는 샘프러스를 ‘헝그리 정신’으로 물고 늘어질 경우 이변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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