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계기 굴뚝산업주 대두 전망"

중앙일보

입력

북방관련 주식군(Red Chips)에 관심 고조

지난 번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방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편의상 ‘북방 관련 주식군’을 모두 레드칩(Red Chips)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블루칩(Blue Chips)란 말은 흔히 듣는 말이지만 레드칩이란 말은 처음 듣는 분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그 중요도에 있어서 절대로 블루칩에 뒤떨어 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9월에 예정되어 있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방한과 오키나와에서 7월에 열릴 선진 7개국 정상회담 역시 레드칩과 관련돼 기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한반도 주위를 둘러 싼 움직임들은 한국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고 증시에도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시간을 두고 당연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레드칩을 구체적으로 말하기 전에 사실상 한국내의 모든 주식이 레드칩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관계가 없는 주식은 없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로 가장 고무적인 것은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의 국가 위험(Country Risk)의 현저한 경감이다.

한국이라는 국가의 고질적이고 치명적인 결점 중의 하나였던 북한의 전쟁 리스크가 경감되기 시작하고 있다. 이는 한국 주식 전반에 대한 평가절상 요인이 될 수 있다.

둘째, 한국 경제 자체가 이미 북방경제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4~5년간 일본의 경제분석 자료를 보면, 일본의 경기 변동이 과거에는 미국 경기에 후행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점차 중국의 경기 변동에 연동되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더더욱 이런 경향이 강화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 ·중·일 삼국간의 무역 역조가 중국은 한국에, 한국은 일본에, 그리고 일본은 중국에서 무역 수지 적자를 내고 있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일본에 일방적으로 예속되어 있던 무역적자 구조에 중국 경제가 활로를 열어 주고 있는 것이다.

남북경협·러시아기술 관련주들이 레드칩

이상과 같은 현실에서 주식 투자가들에게 레드칩이 갖는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먼저 남북경협 관련이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지금 증시에서 무시를 당하고 있는 거래소 종목들, 즉 다수의 ‘굴뚝산업’ 들이다.

이들 거래소 주식들은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다. PER(주가수익비율 : 주가를 1주당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로 볼 때 5배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런 저평가 현상은 86년 이래 처음이며, 주식의 수익률이 20%에 이른다는 말이다.

최근의 저금리를 생각해 볼 때 정말 매력적인 가치평가(Valuation)가 아닐 수 없다. 참고로 1986년 초 PER 5.6배로 시작한 한국증시는 연말까지 9.0배까지 상승하였으며 지금의 PER 한자리수 시대로 회귀한 것은 최근 2000년 4월 들어서 이다. 한자리수 금리 하에서는 정말 낮은 주가 수준이라고 보여진다.

다음으로는 러시아 기술 부분이다. 한때 미국과 겨루던 구소련의 과학기술은 특히 군사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경제의 어려움으로 상용화가 늦어져서 그렇지 사실상 우리 나라 산업 발전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재산업 분야에서는 신기술의 보고라고 알려져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이런 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미 대덕연구단지에 수백명 이상의 러시아 과학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신문 등에 보도되고 있다.

푸틴이 러시아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래 경제가 더 큰 개방체제로 가고 있다. 러시아 내의 신기술들을 외국에 팔아도 된다는 식으로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는 얘기다. 증시는 앞으로 러시아 기술을 상용화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기업들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 주위에 이미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하고 있다.

레드칩은 잠재적 증시테마 대두 가능성

지금 증시에서 레드칩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주의할 점은 레드칩을 단순히 “현재형”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뭔가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실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고 해서 무시해서도 안될 것이다. 잠재적인 증시 테마로서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결론 부분으로는 'Return Reversal' 이라는 조금 귀에 낯선 용어다. 우리말로는 '수익률 역전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학문적 정의로는 주가의 이상현상(anomalies)의 하나로 설명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증시에서도 '양지가 음지가 되고 음지가 양지가 되는'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 3년 정도 수익률이 높게 나온 종목들은 그 다음 3년 동안에는 수익률이 평균보다 떨어지고, 그 반대로 3년 정도 수익률이 나빴던 종목들은 그 다음 3년간은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보인다는 식이다.

남북 정상 회담을 분기점으로 증시 패턴이 다시 거래소의 전통주들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관심을 두고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제일투자신탁증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