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바다모래 아파트, 안전진단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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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량 이상의 소금기가 든 콘크리트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뼈대 역할을 하는 내부 철근이 녹슬기 시작해 압축강도가 떨어진다는 실험결과가 나와 80년대 말부터 바닷모래(海砂)를 대량 사용해 건설한 5대 신도시의 아파트에 대한 정밀 진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이 최근 입수한 건설교통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해사 사용시 염화물이 콘크리트 내구성에 미치는 영향' 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KS 기준 허용치 이상의 염분이 포함된 콘크리트는 10년이 지나면 모두 내부 철근이 녹슬기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10여년 전 바닷모래를 많이 섞어 지은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염분 함유량과 철근 부식 여부에 대한 점검이 있어야 하며, 건축용 바닷모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신도시 아파트 중 1991년 대한건축학회 조사 때 대상 아파트의 34% 가량이 기준치 이상의 염분을 함유한 것으로 드러났었다.

전문가들은 이들 아파트에 염분이 들어 있더라도 당장 안전이 위협받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 당국과 자치단체가 정기적인 점검과 적절한 보수.보강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염해(鹽害)실험 결과〓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83년부터 염분이 여러 비율로 배합된 철근콘크리트 36종을 일반 아파트와 똑같은 조건에서 관리하면서 실험했다.

그 결과 KS 기준 허용치인 0.04%(콘크리트 ㎥당 염분 0.3㎏)이상의 염분이 든 경우는 10년이 지나면 모두 철근이 부식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염분이 기준치의 25%인 0.01%만 들어있어도 10년 후 일부 철근에서 부식이 진행됐다.

철근 부식이 시작되면 시간이 갈수록 철근 부피가 2.5배까지 팽창, 콘크리트와 분리되면서 균열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철근이 공기에 노출되고 물이 스며들면서 부식이 가속돼 전체 건축물의 수명과 안전에 영향을 주게 된다.

건설기술연구원 김성욱 박사는 "현재로선 염분 콘크리트가 부식된다는 결과를 얻은 것뿐" 이라며 "2013년까지 실험을 계속해 염분이 건축물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규명하겠다" 고 밝혔다.

◇ 신도시 아파트〓대한건축학회는 91년 5대 신도시 아파트 6백90개동의 염분 함유량을 조사했다. 당시 기준인 염분 농도 0.04%를 넘는 아파트가 전체의 34.3%인 2백37개동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냈다.

염분 농도를 0.01~0.04%로 확대할 경우 전체의 절반 정도가 해당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당시 건축학회는 조사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레미콘 KS 허용 기준치를 무시하고 콘크리트 구조물 한계 허용량인 미국 기준 0.12% 이상의 아파트 19개동에 대해서만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발표했다.

건축학회는 이어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직후 신도시 아파트 1천2백21개동에 대해 2차 조사를 실시, 41개동만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발표했다.

1차 조사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조사에서 염분 함유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자 파장을 우려해 우리보다 느슨한 미국 기준을 적용했다" 고 밝혔다.

대구대 정재동 교수는 "바닷모래를 사용한 아파트는 5~10년 단위로 철근 부식 여부를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며 "10년이 지난 신도시 아파트에 대한 점검을 미뤄서는 안된다" 고 지적했다.

◇ 높아지는 해사 의존도〓골재 부족으로 인해 90년대 이후 국내 건설업계의 바닷모래 사용은 날로 많아지고 있다.

전체 모래 사용량 중 바닷모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93년에는 25.6%였으나 올해는 47.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대 산업기술연구소가 98년 전국의 아파트 85개동에 대한 염분 함유량 실태를 조사했을 때 10년 이상된 아파트보다 5~10년된 아파트에 염분이 더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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