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 게놈 이어 단백질 비밀규명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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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유전자의 비밀을 풀어줄 게놈지도의 초안 완성에 성공한 과학자들이 다음 단계로 생명이라는 건축물에서 기본적인 블록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비밀을 규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에 의해 생성되는 단백질이 인체내의 여러 고유한 기능에 따라 왜 미리 정해진 특정한 방식으로 형성되고 성장하는지를 밝혀내려고 한다.

원통에서 구(球) 그리고 도넛 모양까지 다양한 모습을 띄고 있는 단백질은 면역체계에서 신경계에 이르기까지 인체내 주요 체계의 작동과 관련돼 인간의 건강 유지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단백질이 왜 특정한 모습으로 형성되고 성장하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문제는 왜 발생하는지를 밝혀내는 것은 인간의 각종 질병에 대한 의학지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휴스턴에 위치한 베일러 의대 인간게놈 배열센터의 스티브 셰어러는 결함이 있는 유전자에 의해 생성된 불완전한 단백질은 인간에게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면서 마치 건축에 사용되는 블록과 같이 단백질들은 원래 서로 맞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하나라도 불완전한 것이 생기면 그 주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전자 결함은 곧 단백질 결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런 경우에는 해당 단백질 자체 뿐 아니라 자물쇠와 열쇠처럼 서로 맞게 돼 있는 다른 단백질에게도 영향을 끼쳐 제 역할을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함이 있는 단백질은 낭포성 섬유증이나 겸상적혈구성 빈혈증과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몇몇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대체하기 보다는 단백질을 교체하거나 또는 단백질의 작용을 변화시키는 것에서 인간질병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올해 말 9개국과 협력, X-레이 결정학 또는 핵자기공명을 이용해 5천-1만개에 이르는 대표적인 단백질 구조들의 특징을 분류하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인데 이 작업에는 2억 달러(한화 약2천2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게놈지도 초안작성에 성공했던 민간기업 셀레라 제노믹스도 단백질 규명작업에 참여할 예정이며 거대 컴퓨터 기업인 IBM은 단백질 연구를 위해 오는 2004년까지 ''블루 진(Blue Gene)''이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컴퓨터를 개발할 예정이다.

1초에 1천조(兆)개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블루 진은 단백질이 특유의 형태로 형성될 때 그 안에 있는 수 만개의 원자들이 나타내는 운동 모델을 그려내는 작업에 사용된다. 현재의 컴퓨터는 이를 수행하는데 300년이 걸리지만 블루 진은 이를 1년 내에 처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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