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모델아? 어디 있느냐?

중앙일보

입력

닷컴인들의 목소리, ''수익모델 말씀이십니까?''
작년까지만 해도 ‘너도나도 컨텐츠’ 를 부르짖었던 지금의 컨텐츠 중심 포탈들이 요즘은 도통 꿀먹은 벙어리다. 언론과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벤처 옥석가리기’ 라는 방망이를 들고 닷컴들을 향해 휘두르고 있고, 밤낮없이 컨텐트 만들던 이들이 요즘은 밤낮없이 수익모델 찾기에 급급, 새빨갛게 충혈된 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2-3년내에 그럴싸한 ‘수익’ 을 내라고 하는 투자자들에게 닷컴 기업들은 참 할말이 많은가 보다. 그런 닷컴 기업 관계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본다.

최근에 코스닥 상장을 하면서 더욱더 상승세를 타고 있는 A모사의 마케팅팀 김대리. 갑자기 돌변한 시장상황에서 힘겨운 수익모델 만들기 하느라 늘 밤샘모드다. 그녀는 대뜸 이렇게 말한다. “기존 굴뚝산업체들을 평가하는 잣대를 가져다가 닷컴 기업들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에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닷컴 비즈니스를 평가하는 나름대로 업계의 규준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요? 엄연히 새로운 분야인데 기존의 잣대로 이러쿵 저러쿵. 기본적인 근거없이 그저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무작정 ‘수익모델을 내놔!’ 라고 한다면 정말 답답할 뿐이라구요.” 라고 말한다.

요즘 어딜가나 ‘수익모델! 수익모델!’ 을 외쳐대는 탓에 닷컴 업계는 너나없이 수세에 몰리고 있지만 또 나름대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세대별 맞춤사이트로 잘 알려진 인츠닷컴의 홍보팀장 한혜진씨(30)는 “너도나도 옥석이라고 외쳐대니 사실 ‘옥석가리기’가 어디 쉽나요? 그동안 확보된 회원DB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데이터마이닝 작업과 동시에 휴대폰으로 하는 역경매 모델을 미국, 일본, 중국 지역으로 수출하는 모델을 준비중이랍니다. 여기엔 비교검색 기능이 함께하지요. 예를 들면, 무선휴대폰으로 명동 일대의 미용실 퍼머 가격 비교를 할 수가 있어요.
움직이는 인터넷인 무선과 연동되는 솔루션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로도 발전하는 모델이지요. 지금까지의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상거래’ 에 주력할 생각이랍니다" 라고 언급했다.

최근에 옥션에서 유선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거의 비슷하게 실시간 경매를 할 수 있도록 n.TOP 서비스를 개시했다.또한 인츠닷컴도 무선과 연계한 ''역경매 모델''을 4월 17일 오픈하면서 고객이 몰려 시스템이 다운될 정도로 일단 첫 인기몰이에는 성공했다.

동시에 이제는 ‘인터넷만으로는 어려워’ 를 인식하고 그동안 준비해온 음악, 영화, 스포츠 분야의 오프라인 마케팅을 함께 전개하고 있다. 일명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포탈’ 을 지향하는 인츠닷컴은 7월 25일,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 온 e-CRM을 도입해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한팀장이 우려하고 지적한 바는 이렇다.

“수익모델을 쫓아오다보니 왠지 오프라인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아요. 진정한 온라인 기업으로의 색깔은 사라지고 ‘회귀’ 하는 느낌마저 강하구요. 그리 반갑지는 않지요. 하지만 ‘옥석가리기’ 는 중요한 것 같아요. 본업말고 ‘딴짓’ 을 일삼는 벤처들이 수두룩하니까요.”

‘기술이 좋다고 수익도 좋나? 천만의 말씀!’

업체들 외에 실제로 투자를 하고, 컨설팅을 하고 있는 관계자 얘기도 재미있다.

다국적 컨설팅 업체인 KPMG의 한 컨설턴트는 “ 기업의 수익성과 기술은 별개의 것이다.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기업이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CEO는 제품이 잘 팔릴 수 있을까, 없을까를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즉, CEO=마케터. 인간의 모든 경제활동은 ‘팔자, 사자’ 로 정의하고 싶다. ‘팔자, 그리고 사자’ 이외의 것은 모두 ‘놀자’ 일뿐.

벤처 기업가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기업의 목적은 ‘수익 창출’ 이라는 것. 서비스를 만들건, 물건을 생산하든 자신이 만든 아이템을 팔 수 있어야 한다. 사는 사람이 없는 것은 ‘가치’ 가 없는 것이라는 냉정한 자세 없이 기업을 꾸린다는 것은 조금은 거품 성격이 강하다.

좀 더 현실적으로 얘기하면 그건 ‘사기’ 라고 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게 되면 그게 바로 진정한 가치를 지닌 제품이고 기술이다" 라고 닷컴 벤처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한다.

닷컴 기업 가운데에서도 나름대로 꾸준히 매출을 제대로 내고 있는 분야중의 하나인 웹에이전시. N사 대표인 홍씨는 닷컴 기업들의 요즘 고민인 수익모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글쎄요. 제 생각에는 사업을 시작하는데 있어서 처음부터 수익을 내는 사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업이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모든 인터넷 기업이 수익을 못 내고 있다는 건 인터넷 자체의 비즈니스적 한계가 아니면 개별적인 기업들의 마케팅 및 경영 능력 부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적 한계는 분명 존재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인데도 못 내는 곳도 적지 않구요.

마케팅을 너무 온라인에만 국한지어서 생각하는 오류를 많이 범하는 것 같아요. 이제 닷컴인들 모두 Click& Mortar 정책을 써야 하지 않을까..이제는 더 이상 ‘현실을 무시한 가상공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닷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가지가지. 허나 KPMG 컨설턴트의 말처럼 투자회사들은 이미 ''냉정'' 과 ''실리'' 위주로 확고부동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럼, 업계인들이 말하는 수익모델 찾기는 어느 지점까지 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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