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飛上)! 무협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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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도 바야흐로 무협의 시대에 접어든 걸까? 〈비천무〉니〈단적비연수〉니 비교적 거물급 무협영화들이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늘 중국이나 홍콩의 무협물로만 피맺힌 검의 카타르시스를 느껴오던 한국의 무협 팬들이 과연 한국 무협영화에 대해 얼마나 기대를 걸지 의문스럽지만, 최근 몇 해 동안 상당히 세련된 감각을 구현해온 한국영화 분위기로 볼 때 무협 장르에 있어서도 기대가 크다.

아직 무협영화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는 분들은 테마 비디오를 통해 미리 그 매혹적인 세계를 만나 보시길. 무협소설의 대가 김용 작품을 원작으로 한 무협시리즈와 새로운 영상 기법이 가미된 新감각 무협영화들을 묶어 소개한다.

◆ 동사서독 東邪西毒 ★★★★☆

감독 : 왕가위 / 주연 : 임청하, 장만옥, 장학우, 장국영

왕가위는 이 작품이 무협영화로 형상화되었지만〈중경삼림〉〈타락천사〉를 잇는 일련의 엇갈리는 커뮤니케이션의 사랑 이야기라고 했다. 따라서 등장인물들은 일련의 무협영화 주인공들이 구사하는 리얼한 무협 액션보다는 세밀한 감정 표현에 몰두하고 있다. 그래도 이 영화가 근사한 무협액션 베스트에 포함될 수 있는 이유는 장르를 막론하고 빛을 발하는 왕가위 감독의 탁월한 영상 감각 때문이다.(1996년 2월 1일 출시)

구양봉은 무림의 고수가 되기 위해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고향을 떠났다. 그러나 자신을 기다려 주리라고 믿었던 그녀는 자신의 형과 결혼했고, 구양봉은 자신의 사랑을 평생의 한으로 가슴에 묻은 채 사막에서 해결사로 일하며 살아간다.

◆ 절대쌍교 絶代雙驕: Handsome Siblings ★★★★

감독 : 증지위 / 주연 : 임청하, 유덕화, 장민

무협소설의 대가 김용 원작의 〈녹정기〉중 한 부분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여러 번 리메이크된 에피소드로 제작이 거듭될수록 진일보한 테크닉을 보여주는 무협의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다. 칼끝으로 받아친 물방울이 날카로운 무기로 둔갑하는 장면 등 1990년대 들어 진일보한 홍콩 영화의 테크닉을 맛볼 수 있다.(1994년 5월 1일 출시)

당말 무렵 무림은 정파와 사파의 대립으로 민심이 흉흉한 상황이다. 이때 무명도에 숨어살던 전설적인 열 명의 고수들은 무림에 횡행하고 있던 사파를 제거하고자 천하의 고수들을 무림으로 내보낸다. 한편, 이화궁내의 고수들은 반란의 기회를 엿보고 있으나 이화공주의 무공은 그들을 능가했다. 십대 악인들로부터 위협을 받은 그녀는 혼자 이들을 물리치기 위한 기습공격을 계획한다.

◆ 의천도룡기 倚天屠龍記 ★★★★

감독 : 왕정 / 주연 : 이연걸, 장민, 구숙정

왕정 감독, 이연걸 주연이라는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이유가 되는 무협물이다. 100억원의 제작비와 3천여명의 엑스트라, 수백명의 스탭들이 동원되었다고 알려진 이 영화는 일단 스케일에 있어서도 단연 대작이라 할 만하다. 헐리우드 입성하기 전 이연걸의 강단이 살아있는 작품.(1994년 4월 1일 출시)

몽고족이 중국을 지배하던 원나라 말기. 신비의 명검인 의천검과 도룡보검을 얻는 자가 무림지존에 오른다는 전설을 쫓는 영웅호걸들의 패권다툼이 신기의 무예 속에 화려하게 펼쳐진다. 보검의 행방을 둘러싸고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절대무공인 구양신공을 터득한 장무기가 무림을 평정하고자 나선다.

◆ 대사조영웅문 The Segend Of Heroes 1994 ★★★★☆

감독 : 이첨승 / 주연 : 장지림, 나가량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 중 가장 앞선 역사적 배경을 가진 작품이며, 허구의 인물과 역사적 실제 인물이 만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김용의 넓고 깊은 지식이 총망라된 듯한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 전개와 전율을 느끼게 하는 중원 무협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무협팬들 사이에선 무협의 결정판이라 평가됐던 작품이다. 장지림 주연인지 확인하고 볼 것! (1994년 10월 1일 출시)

남송 시대를 배경으로 대막의 징기스칸, 금국의 완안 홍렬 등 수많은 격동기의 영웅들과 함께 구음진경, 구양진경, 무목유서 등 무림의 일대 변혁을 몰고 올 비서를 두고 무림의 화려한 경합이 벌어진다.

◆ 소오강호96 笑傲江湖 : State of Divinity ★★★★

감독 : 원영명 / 주연 : 여송현, 양패령

이 작품 역시 김용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 규화보검을 둘러싼 현란한 무림 세계의 패권다툼이 벌어지는 대역사극이다. 주인공 영호충을 가장 그럴 듯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으로, 총 21편으로 출시되어 있다.(1996년 11월 13일 출시)

오악검파의 장문교들이 숭산에 모여 일월신교와 대항할 수 있는 묘책을 궁리하고 있다. 이때 일월신교의 교주 임아행이 나타나 장문들과 차례로 겨루는데 아무도 그를 꺽지 못한다. 그런데 냉좌선만이 그와의 내공시합에서 비긴다. 오악검파는 임아행과 대결할 사람은 냉좌선 뿐이라고 판단해 그를 맹주자리에 앉힌다. 그리고 일월신교의 부교주인 동방불패는 임아행이 수련하고 있는 틈을 타서 반대세력을 제거해 나가기 시작한다.

◆ 풍운 風雲 ★★★

감독 : 유위강 / 주연 : 곽부성, 정이건, 서기

일명 테크노 무협 액션이라는 이색 장르명을 달고 개봉됐던 작품이다. 몸으로 승부하는 무협물의 뼈대가 화려한 CG 효과를 만나 환타지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을 갖게 됐다. 전통 무협을 선호하는 관람객들은 다소 낯설게 느낄 무협물이다. 정이건과 곽부성이 각각 풍, 운으로 등장한다.(1999년 2월 5일 출시)

무림제패의 뜻을 이루고자 하는 천하회의 웅패는 점쟁이 토불로부터 "인생의 전반부에 풍과 운을 만나면 용이 된다"는 예언을 받는다. 이 예언에 따라 웅패는 풍, 운 두 아이를 찾아내고 그 아이들의 아버지를 죽이면서까지 자기 수하로 데려온다. 예언대로 웅패는 점점 세력이 커져 그를 대적할 만한 자는 강호를 떠난 검성밖에 없게 된다. 검성과의 대결을 앞둔 웅패는 다시 한번 토불을 불러 운명을 점치는데 "풍운에 의해 흥하고, 풍운에 의해 망한다"는 점괘가 나온다. 이에 웅패는 풍, 운을 없애려는 계략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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