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 파워콤 인수경쟁 본격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통신과 견줄 정도의 전국 통신망을 갖춘 파워콤의 동일인 지분 10% 제한규정이 해제됨에 따라 이동통신업계는 파워콤 지분을 둘러싸고 기업의 사활을 건 인수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현재 파워콤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이동통신사업자는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대표적이고 신세기통신, 하나로통신, 데이콤, 온세통신, 두루넷, 드림라인 등도 파워콤 지분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공기업인 한국통신이 지배적 독과점사업자라는 이유로 파워콤 지분 인수경쟁에서 원천적으로 차단된 가운데 경영권 획득 경쟁을 벌일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맞대결.

파워콤 지분 30%를 국내외 통신사업자나 이들이 구성하는 컨소시엄에 매각토록 했기 때문에 사실상 이 경쟁에 뛰어들 사업자는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에서도 부딪치게 될 이 두 회사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선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을 인수함으로써 국내 최대 무선통신사업자로 자리를 잡았지만 유선분야가 전무한 실정이어서 앞으로 유.무선이 통합되는 멀티미디어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기 위해서는 파워콤의 백본망이 누구보다 필요한 실정이다.

따라서 SK텔레콤이 파워콤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유선분야를 갖추지 못한 최대 약점을 보강하는 것은 물론 한국통신을 위협하는 국내 최대 종합통신사업자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 조정남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파워콤은 SK텔레콤과 가장 적합한 백본망을 갖추었다"며 간접적으로 파워콤 지분인수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파워콤 지분인수를 위해 이미 자금확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 NTT 도코모와의 SK텔레콤 지분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컨소시엄 구성과 자본확보 등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선.무선장비 등의 사업을 두루 갖추었으나 후발주자라는 약점때문에 상대적으로 SK텔레콤과 한국통신에 뒤처질 수 밖에 없었던 LG텔레콤은 파워콤 지분 인수에 대해 누구보다 애착이 강하다.

실제 지난 5월 파워콤이 공식 출범할 당시 박운서 LG IMT-2000 추진본부장은 "(LG는) 파워콤 인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히는 등 LG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공공연하게 드러내왔다. LG텔레콤이 한국통신과 한솔엠닷컴 인수 경쟁을 벌이다 이를 전격 포기하는 것은 물론 정부 시책에 발맞춰 LG전자와 LG정보통신을 합병한 것도 파워콤 인수를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었다는 관측도 있다.

아울러 LG텔레콤이 한국IMT-2000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하나로통신의 주식 15%정도의 주식을 갖고 있지만 다수 주주일 뿐 하나로통신과 LG텔레콤은 전혀 다른 별개의 회사라고 차별성을 강조해온 것도 이때문이다.

LG텔레콤은 더구나 파워콤을 이용해 전국망을 설치한데다 파워콤 매출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점때문에 LG텔레콤도 필요할 경우 SK텔레콤의 NTT도코모처럼 브리티시텔레콤(BT)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해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매각하면서 받은 1조2천억원 내외의 자금도 파워콤 지분매각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