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늦춘 GHz 칩 속도전

중앙일보

입력

인텔과 AMD가 선보일 GHz급 칩의 출시 계획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AMD는 올 하반기에 새로운 1GHz 애슬론(코드네임 썬더버드) 생산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며 3분기에 이를 기반으로 한 1.1 GHz 애슬론 칩을 내놓을 계획이다.

썬더버드의 성능 개선은 칩에 통합된 새로운 256KB 캐시 덕분이다. 기존 애슬론 PC의 512KB 캐시는 이 보다 훨씬 느린 외장 캐시 방식이다. 소비자들이 두 가지 종류의 애슬론을 구별할 수 있도록 T-버드(T-bird) 칩을 사용한 PC에는 “성능 향상 캐시 메모리(Performance Enhancing Cache Memory)”라고 적힌 스티커 라벨이 부착된다.

AMD는 다음주 뉴욕에서 열리는 PC 엑스포에서 1GHz 이상의 칩 성능을 보여줄 계획을 고려중이지만 앞으로 당분간 파워나우(PowerNow) 배터리 절전 기술을 활용한 노트북 프로세서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AMD는 올 3분기에 1.1GHz 칩을, 내년 1월에는 1.5GHz 칩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AMD는 3분기 말에 1.2GHz 애슬론, 4분기 초에 1.3GHz, 4분기 말에 1.4GHz를 선보임으로써 100MHz 단위로 칩 속도를 업그레이드한다. 또 기존 칩보다 훨씬 더 큰 용량의 캐시를 가진 무스탕(Mustang)이라는 코드네임의 애슬론 새 버전도 준비중이다.

한편 경쟁사 인텔은 지난 4월 자사가 1GHz 이상으로 1~2 단계 정도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GHz 이상의 첫 업그레이드 모델은 펜티엄 III 시스템 버스 멀티플라이어 기반의 1066MHz, 1133MHz가 될 것으로 보이며 올 하반기 늦게나 1.1GHz 상표를 붙인 칩이 나올 것 같다.

1.1GHz 칩은 1133MHz 칩의 클럭 스피드를 줄인 버전이 될 것 같다. 인텔은 PC 제조업체들과 현 상황에 대해 토의중이다.

인텔의 칩 공급 부족 현상에 대한 우려도 여전한 가운데 인텔측은 증가하는 수요에 맞추기 위해 공급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며 하반기 공급 전망에 대해 낙관을 표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AMD가 인텔의 1GHz 펜티엄III 생산량보다 월등히 많은 1GHz 애슬론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큐리 리서치(Mercury Research)는 1GHz 칩에 관한 한 AMD가 인텔을 12대 1정도의 차이로 능가할 것이라 예측했다. 애널리스트들은 1GHz 펜티엄III 칩이 여전히 극히 드물다고 말한다.

머큐리 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 딘 맥캐론에 따르면 현재 인텔은 제조공정의 중심을 600MHz 및 750MHz 사이로 맞추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텔은 3분기 전까지는 1GHz 펜티엄III를 대량으로 생산하지 못한다는 걸 부분적으로 시인했다.

한편 인텔 칩 속도전을 이어갈 다음 주자는 윌라메트(Willamette)가 될 것 같다. 조만간 브랜드명을 붙일 예정인 윌라메트는 1.4GHz칩이 4분기에 소개될 계획이며 같은 시기에 1.3GHz 칩도 선보일 예정이다.

인텔이 매 분기마다 윌라메트의 속도를 1~2단계 업그레이드한다고 가정할 때 1.5GHz 칩은 내년 1분기에 나올 것 같다. 내년 1분기에는 인텔과 AMD 둘 다 1.5GHz 칩을 공급함으로써 같은 수준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칩 제조업체들이 기존 프로세서 판매를 위해 좀더 빠른 칩의 공급을 보류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한다. 새 칩을 선보일 때마다 칩 출시 시기를 늦춰 재고를 비축해 공급 여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물론 AMD가 좀더 빠른 칩을 내놓아 속도전에서 인텔을 따돌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계획을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머큐리 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크 파이버스는 “곧바로 1GHz 이상의 속도로 단계를 높일 필요는 없다”면서 사업적 측면에서 볼 때 출시 계획을 늦추는 것이 훨씬 편하면서도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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