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신선희씨 〈하이브리드〉로 데뷔

중앙일보

입력

'ACA'와 '코믹월드' 등의 아마추어 행사들에 참여하는 동인들 가운데에서도 프로 못잖은 인기를 얻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그리고 그러한 실력파 동인들 중에선 프로무대로 진출하는 인물들도 있다.

이미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선녀강림〉의 유현(Tama), 〈강철소녀 미미〉의 김희수(Yuki) 등을 비롯 최근 인터넷 만화로 데뷔한 NANO, 김윤경 등이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이렇듯 아마추어인들이 무서운 실력으로 무장한채 프로 만화계로 잠입해가는 추세가 늘어가고 있는데, 또 한 명의 실력파 아마추어 만화인이 지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매 만화행사 때마다 매진행진를 기록하는 등 무서운 인기를 자랑하던 여성 동인집단 '이난'의 멤버 중 한 명인 신선희(필명 Kitschy)씨가 그 인물로 대원의 월간지 '주니어 챔프' 7월호에 〈하이브리드〉(Hybrid)라는 작품을 낸 것이다.

신선희씨의 첫 프로 데뷔작이 된 〈하이브리드〉는 '사이버 펑크 액션' '뉴에이지 하이테크 코믹'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작품이다.

브레인 드라이브(Brain Drive)인 안츠와 그의 동료이자 브레인 가드(Brain Guard)인 나르트 두 인물이 주인공이다. 작품이 시작된지 두 페이지도 안되어 푸욱 망가지는 안츠나 멍청해보이는 나르트의 얼굴은 보통 사이버 펑크라는 장르가 풍기는 어두컴컴한 분위기와는 느낌이 달라보이는 것이 사실.
정보를 캐내는 역할인 브레인가드와 그런 그를 지키는 브레인가드 등 역할 분담을 시켜놓은 것이라든지, 그런 그들의 반대편에 서 있는 '훼방꾼' 등의 설정 등은 이제 막 1화가 진행되었을 뿐인데도 설정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사실 이 작품이 처음 선을 보여진 곳은 동인무대에서이다. 신선희씨가 소속된 동인 '이난'의 오리지널이자 통권 다섯번째 회지였던 '복숭아 동산'에 실렸던 단편 〈안츠와 시밀라〉가 그것.

재미있는 것은, 〈하이브리드〉가 책의 카피 말마따나 '시건방키드 안츠와 어리숙맨 나르트'가 의뢰를 맡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처음부터 코믹하게 풀어나가고 있는데 반해 〈안츠와 시밀라〉는 시종일관 어두운 주제로 작품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안츠는 '시티에서 인구가 갑자기 줄어들 때마다 만들어내는 일종의 유전적 잡종'인 '하이브리드'이자 마약중독자인 소년이다. 그리고 시밀라는 하이브리드였던 인간을 '아빠'로 인식하고 90년을 기다리고 있는 로봇. 사뭇 분위기가 달라보이는 이러한 설정들은 단편이지만 상당한 임팩트를 주었었다. 물론 여기에서도 안츠는 특유의 '시건방진' 거친 말투를 툭툭 내뱉고는 있지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시작이 개그로 시작된 〈하이브리드〉이지만 작품이 진행되면서 어떤 다른 면을 보여줄 것인지,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시밀라'라는 로봇 캐릭터는 본작에서는 어떠한 역할로 다가올 것인지 등이 더욱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다.
시작은 개그이지만 앞으로의 진행방향은 동인지 시절의 단편은 물론 신선희씨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작품 성격을 보아서도 분명 심상치 않다.

단지 걱정이 되는 점이 있다면, 작가가 동인지 활동을 많이 해온 때문인지 벌써부터 "캐릭터가 〈봉신연의〉와 〈헌터×헌터〉와 너무 닮았다"라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좀 더 정교한 배경처리와 연출, 다소 진부한 느낌마저 드는 '강한 자'의 표현, 자칫 다른 사이버 펑크물에서 많이 보이는 설정 아류로 보일 수 있는 정보입력 과정 등의 차별화 등은 이제 막 프로데뷔를 한 작가 자신에게 내려진 숙제이다.

이제 첫 발을 내딛은 〈하이브리드〉가 아무쪼록 이런 문제들을 차근차근 해결하고 좋은 작품으로 독자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길 기원해본다.

동인 '이난'의 공식 페이지 : http://moon.interpia98.net/~e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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