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 ‘이지송식 뚝심 개혁’이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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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이지송 사장(왼쪽에서 세번째)이 LH가 건설중인 주택 사업 현장을 둘러보며, 담당 직원으로부터 사업전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LH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10월1일로 출범 2주년을 맞았다. 옛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합쳐져 이명박 정부 공기업 선진화 모델 1호로 시험대에 선 지 두 돌이 된 것이다. 2009년 통합 때만 하더라도 심각한 경영 부실을 안고 있던 LH는 현대건설 출신 이지송 사장을 영입하면서 사업재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에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LH에게 지난 2년은 한마디로 ‘부채와의 전쟁’이었다. 통합 당시 부채는 109조원이나 됐다. 특히 이자를 지급하는 금융부채가 75조원으로 하루 이자만 80억원에 육박했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택지공급·공공주택 건설을 책임진데다, 세종시·보금자리주택 등 국책사업을 떠안으면서 재정이 악화된 결과다.

 초대 사장으로 부임한 이지송 사장은 무엇보다 LH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댔다. 우선 전국 138개 신규사업지구(면적 195㎢, 사업비 143조원)를 대상으로 사업성이 없거나, 사업추진이 어려운 미착수 사업은 과감히 도려내는 사업재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동시에 부채의 원인과 내용을 규명하는 동시에 재무개선 100대 과제를 발굴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데도 역점을 뒀다. 1·2급 직원 75%를 물갈이하고, 304개 직위에 젊고 유능한 차세대 리더를 발탁하는 식으로 인사시스템도 바꿨다.

또 부패를 한 번만 저질러도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는가 하면, 입찰비리를 없애기 위해 ‘클린 입찰심사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런 대대적인 체질개선 작업은 ‘이지송식 개혁’이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주목 받았다.

 이 같은 혁신 작업은 경영 호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LH의 올해 상반기말 부채비율은 458%로 지난해 말(559%)에 비해 101%포인트나 낮아졌다. 금융부채도 올해 상반기 기준 95조원으로 통합 직전 예상한 올해 추정치(110조원)를 밑돌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당기 순이익은 386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년간의 당기 순이익(3733억원)을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이지송 사장은 “지난 2년간 추진해온 구조조정과 사업재조정, 임금삭감, 총력 판매 등의 노력으로 재무구조 개선의 전기를 마련했다”며 “2014년부터는 사업수지가 흑자로 전환되고, 2016년부터는 금융부채가 감소해 안정적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LH는 지난 2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국민생활 증진과 경제활성화라는 공기업 본연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전세난 해소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지난해 1만6000가구에 그친 주택 착공을 올해 말까지 6만2000가구로 4배 가까이로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취약계층 주거 안정을 위해 신축 다세대 임대주택 2만 가구 매입, 다가구 매입임대 5600가구, 전세임대 1만2000가구, 도심형 생활주택 등 임대주택 공급확대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인구구조 및 건설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주택 건설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LH는 앞으로 스튜디오주택, 시니어주택, 그린홈주택 등 미래수요 대응형, 환경형, 첨단기술 주택 등 미래형 주택을 개발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LH가 물리·화학적 통합을 이루고, 출범 초기 난제들을 해결하는 등 지난 2년 동안 상당한 성과를 이뤘지만 변화와 혁신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며 “앞으로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임대주택의 구조적 부채문제를 풀어내고, 선순환(善循環) 사업구조를 만들어야하는 등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선순환 사업구조란 LH가 사업을 해서 적정수익을 내고 그 수익으로 다시 공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라며 “그래야 국민 주거안정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계속 추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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