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구지검장의 석연치 않은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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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신종대 대구지검장이 28일 돌연 사퇴했다. 그는 최근까지 금품 수수 의혹으로 경찰 내사(內査)를 받아왔다. 신 지검장은 “금품 수수를 한 적도 없지만 검사장 직을 수행하기 어려워 사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측도 “부모가 중증 치매를 앓는 상황에서 지방으로 발령이 나 거취를 고민해 오다가 뜻을 굳힌 것”이라고 했다. 액면 그대로라면 그의 퇴진은 일신상의 사유에 불과하다. 하지만 ‘검찰의 별’이라는 검사장급이 불명예 퇴진을 결단한 이유로는 다소 궁색하다. 내막을 들여다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보인다.

 전남경찰청이 신 지검장에 대한 내사에 들어간 때는 지난 4월이다. 여수산업단지 하도급 비리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하던 중 신 지검장의 고향 선배가 운영하는 한 중견업체에서 메모를 발견했다. 수년간 1400만원가량을 신 지검장에게 건넸다고 의심되는 단서였다. 공소시효가 남은 900만원가량을 내사한 끝에 최근 경찰은 ‘내사 종결’ 의견을 광주지검에 보고했다. 확인된 금액이 90만원에 그쳤고, 대가성도 없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는 형사사건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수사 지휘를 맡은 광주지검은 대검찰청에 보고한 뒤 내사 종결을 승인했다.

 통상적인 사안이라면 외견상 문제의 소지가 없을 수 있다. 검찰 고위 간부가 연루된 사건이라면 달라진다. 일반 공무원이었더라도 똑같은 결론이 나왔을까, 경찰의 봐주기 수사에 검찰의 입김은 없었을까, 대검은 왜 감찰하지 않고 사표 수리로 마무리했나. 물의를 빚은 고위 공직자가 직(職)에서 물러나는 건 도덕적 책임을 지는 것일 뿐이다. 죄의 유무를 따지는 형사적 책임과는 별개다.

 있지도 않은 혐의를 만들어낼 순 없다. 하지만 검찰 간부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 당사자가 사표를 던지고 실체는 베일에 가려지는 ‘이상한 관행’이 반복되는 걸 국민은 기억한다. 검찰이 남에게는 가을서리처럼 모질면서 자신에게는 봄바람 같은 낭창낭창한 잣대를 들이대면 곤란하다. 검찰이 진상조사를 통해 자초지종을 밝히길 바란다. 당사자는 물론 검찰의 명예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