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사무실 임대료 다툼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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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일대 사무실들의 계약만료 시점이 속속 다가오면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건물주와 세입자간 마찰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해 2~3분기는 외환위기 여파로 임대료 시세가 최저점이었으나 1년이 지난 요즘 최고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이 때문에 "오른 임대료를 내든가 아니면 사무실을 비워라" 는 건물주와 "너무 많이 요구한다" 는 세입자간의 다툼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정으로 일부 회사들은 아예 싼 사무실을 찾아 외곽이나 분당으로 이사가는 '사무실 피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치동 S빌딩 63평을 지난해 6월 평당 1백80만원(전세 기준)에 세든 K사는 1년 만기가 된 최근 재계약하려 하자 건물주가 평당 3백만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제까지 보증금 30%에 나머지 금액에 대해 1백26만원(연리 18%)과 관리비 1백8만원 등 매달 2백34만원을 냈다. 그러나 오른 시세대로라면 월 4백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너무 많이 요구한다" 며 버티는 K사에 대해 건물주는 명도소송을 위해 내용증명을 보냈다.

역삼동 H빌딩에 세든 B컴퓨터학원도 마찬가지. 지난해 6월 1백70평을 평당 2백50만원에 세들었으나 현재 시세는 4백30만원으로 임대료가 1년새 72%나 올랐다. 학원 운영 특성상 쉽게 자리를 내줄 수 없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나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또 테헤란로 T빌딩에 입주한 벤처기업 L통신의 경우 자금난에 몰리자 사무실 평수를 줄여 이전하는 과정에서 입주 때 들였던 인테리어비 3억원을 돌려달라고 건물주에게 요구해 마찰이 일고 있다.

BS컨설팅 김상훈 사장은 "건물주와 임차인간 마찰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며 "어차피 사무실은 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을 수 없기 때문에 당사자간에 합의로 풀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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