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대북진출 움직임 되살아나

중앙일보

입력

남북한의 6.15선언을 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한동안 뒷전으로 밀려 있던 식품업계의 대북진출 움직임이 되살아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의 식품그룹인 CJ그룹(제일제당그룹)은 북한이 밀가루, 설탕, 식용유 등 기초생필품과 의약품이 부족한 사실에 착안, 이 분야를 중심으로 단독진출, 합작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 가능성을 검토중이다.

지난 98년 1월 북한당국으로부터 초코파이 및 과자류 생산과 관련해 합작형태의 사업승인을 획득한 롯데제과는 공동선언문 채택을 계기로 사업추진에 청신호가 켜진것으로 판단하고 공장부지 물색, 생산규모 검토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 검토에 착수했다.

또 지난 97년과 98년 2년에 걸쳐 북한에 초코파이 상표등록을 마친 동양제과도 북한 현지에서의 원활한 생산을 위한 원료확보와 수송, 유통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설립자인 김복용회장이 실향민(함경남도 북청 출신)인데다 금강산휴게소에 아이스크림 원료를 납품하는 매일유업도 유가공분야의 대북진출 가능성을 놓고 실무진을 중심으로 타당성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샘표식품, 해태제과 등 다른 식품업체들도 된장.고추장.간장, 제과 등의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선언문 서명을 계기로 그동안 대북진출에 걸림돌이 돼온 이중과세 문제 등이 해결되고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식품업계의 북한진출 움직임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품공업협회 회장이자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인 샘표식품의 박승복회장(함경남도함흥 출신)은 "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해서 남한기업의 대북진출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는 시기상조"라면서 "진출에 앞서 제각각인 업체들의 의견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조정해주는 업계 차원의 조정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회장은 또 "북한 역시 남한의 경제개발 5개년계획처럼 단계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해 남한기업들로부터 필요한 부분의 협력을 구하는 것이 경제협력을 성공적으로이끄는 방안의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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