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 감독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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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구성에 긴장이 떨어진다.

"여인의 일상적인 삶에 충실하려 했다. 우리 앞 세대 누구에게나 있었음직한 이야기, 말하자면 보편성과 개연성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담는데 초점을 맞췄다. "

- 배경을 1960년대로 잡은 이유는.

"옹기.결혼.장례 등 생활문화와 우리 민족의 남다른 특징인 정을 담고 싶어서였다. 60년대 이후에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이 물질주의에 밀려 급격히 사라졌다."

- 페미니스트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뉜다. 남편이 새 부인을 얻었을 때 눈물로 신세 한탄을 하기 보다는 집을 나가 옹기장이를 만나는 당당한 모습에 갈채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그런 반면에 권리를 부르짖지 않고 묵묵히 정으로 극복해가는 모습에 반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았다. "

- 1년6개월 촬영하고도 1년을 더 묵혔는데.

"화려한 테크닉보다 정성으로 승부를 걸었다. '인간영혼의 탐구' 가 주제였던 프랑스 베노데 영화제 등에 출품하면서 세계영화인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녹음과 편집을 다시 했다. "

- 배감독이 한창 날리던 80년대와 지금의 영화환경을 비교하면.

"제작환경이 정말 많이 변했다. 충무로로 금융자본이 유입되면서 자본의 간섭이 심해졌다. 감독의 영화라기 보다 기획자의 영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다. "

- 그런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얄팍한 상업주의와는 손을 잡지 않겠지만 열린 마음을 가질 생각이다. "

- 요즘 젊은 감독들을 어떻게 보는가.

"감각과 재능을 다 갖췄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인식, 말하자면 왜 영화를 하는지 영화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한 것 같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인생을 창조함으로써 관객의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예술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텐데 젊은 감독들은 쾌락적 요소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인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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